악마판사 (사진=tvN)


진영이 ‘악마판사’ 김가온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속 대한민국을 리얼하게 구현 중인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에서 시범재판부 배석판사 김가온 역을 맡은 진영이 나날이 물오른 연기로 몰입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극 초반부 김가온은 방황하던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이자 대법관 민정호(안내상 분)의 말에 따라 시범재판부 수장 강요한(지성 분)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한 팀이면서도 강요한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그가 세간의 평가와 달리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감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건, 사고에 있어서도 윤리에 따르기보다 조금 더 적은 피해자 수를 내는 ‘산수’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강요한에 김가온은 심한 거부감을 보였던 터. 김가온은 이렇게 자신의 가치관과 정 반대편에 서 있는 강요한과 시시각각 부딪히며 짜릿한 텐션을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강요한에 반하는 김가온의 올곧은 신념을 표현해낸 진영의 연기가 튼튼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권력자 앞에서도 본인이 납득되지 않으면 굽히거나 져주지 않는 김가온의 대쪽 같은 성미를 통해 강요한과 완벽한 대척점을 이뤄주고 있기 때문. 집필을 맡은 문유석 작가 역시 첫 만남에서부터 ‘아, 이게 가온이다!’라고 평했을 정도로 진영은 김가온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습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은 사건으로 인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던 시절의 버릇들이 힘 있는 자들 앞에서 튀어나올 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약한 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는 김가온의 기본적인 속성이 더해져 매력을 배가한다.

특히 버려진 식물들을 가지고 와 살려내는 일은 기본이고 온기 하나 들지 않던 강요한의 집에 머물며 집주인 강요한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쌀쌀맞던 엘리야(전채은 분)의 얼어붙은 마음도 녹여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디스토피아의 논리 속에서 김가온은 자신만의 확고한 선(善)을 지켜가며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훈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김가온도 강요한과 민정호라는 두 가지 갈림길 앞에서 험난한 선택의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강요한에 대해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진짜 정의란 무엇인지 자꾸만 되묻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더불어 부모처럼 곁을 지켜준 민정호의 말을 거스를 수도 없는 김가온에게 선택의 순간이 점점 좁혀지고 있는 상황. 과연 진영은 캐릭터가 빠진 딜레마를 어떻게 담아낼지 앞으로의 연기에도 기대감이 모인다.

한편 진영의 상반된 매력이 돋보이고 있는 ‘악마판사’는 매주 토, 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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