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2' 12회, 70분 내내 2인극 '파격'
임성한 작가의 편견을 깨는 전개
'지루하다 vs 현실적이다'
이태곤X박주미, 몰입도 높이는 열연
임성한 작가의 편견을 깨는 전개
'지루하다 vs 현실적이다'
이태곤X박주미, 몰입도 높이는 열연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만나요. "내 몸 갖고 내 맘대로 좀 했어"
JTBC '부부의 세계' 속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대사 이후 또 하나의 레전드 불륜 궤변이 탄생했다.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결혼작사 이혼작곡2'(이하 '결사곡2')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사피영(박주미 분)에게 내뱉은 신유신(이태곤 분)의 말이다. 이 대사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에는 임성한(피비) 작가의 파격적 전개가 큰 몫을 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결사곡2' 12회는 70분 내내 사피영, 신유신이 이혼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대사로만 채워졌다. 장소도 집 거실로 한정되어 마치 한 편의 긴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신유신은 "사람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생물 아니냐. 왔다 갔다 흔들리는 게 마음이고",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면 봐줄 수 있잖아", "공자도 일흔이 돼서 세상을 알았는데 난 이제 마흔"이라는 궤변들을 늘어놓으며 이혼은 못 한다고 버텼다. 심지어 죽은 사피영의 엄마인 모서향(이효춘 분)까지 들먹이며 "이혼한 엄마 평생 원망해놓고 본인도 같은 결정하는 거냐"며 선 넘은 발언까지 해 분노를 유발했다.
사피영은 신유신에게 느낀 배신감, 돌아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 등을 표출하며 "깨진 화분 붙여봐야 이어붙인 자국까지 없앨 순 없어"라며 불륜으로 인해 이혼을 결심한 여자의 복잡한 감정을 토해냈다.서로의 치부를 들추고, 반성하고, 눈물 흘리면서도 두 사람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창과 방패의 싸움은 결과 없이 한 시간 내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이러한 2인극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분분했다. 지루하다는 의견부터 현실적인 부부 대화 같아 공감됐다 등 극과 극 반응이었다. '오후 6시 이후 2명 모임'을 지킨 방역수칙 모범 드라마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임 작가의 이러한 전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작 '압구정 백야'(2015)에서도 두 사람의 대사로만 채운 적이 있다. 주인공 백야(박하나 분)가 친엄마(이보희 분)를 향해 폭로를 이어가는 장면으로, 서로의 얼굴에 물을 붓고, 컵을 던지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주고받으며 싸우다 눈물을 쏟으며 진실을 밝히고 회한의 반성을 하는 과정을 20분 넘게 담아내 레전드 회차로 회자되고 있다.물론 '압구정 백야'는 30분 분량의 일일드라마였고, '결사곡2'는 미니시리즈이기에 더욱 지루한 토론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발언에서 망언을 내뱉는 신유신을 연기한 이태곤은 물론,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폭발하고 체념하는 사피영을 만든 박주미의 열연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열흘에 걸쳐 나눠 찍은 섬세함도 빛났다. 대본을 모두 외워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맞춰보긴 했지만, 임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하루 만에 끝내지 않았다고. 제작사 측은 "부정·분노·회피 같은 이태곤의 감정 변화와 이에 대한 박주미의 절제된 대응 등 심리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대사의 완성도를 높이고 현실성을 최대화하려 했다"며 "이혼이 단칼에 맺고 끊는 게 아니듯 드라마도 관계의 정리를 단계적으로 표현하는 게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에서의 이혼은 드라마처럼 '컷' 하고 몇 초 만에 넘어갈 수 없다. 이혼을 결정하고 법원으로 가기까지 수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그 속에서 어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을 거고, 어떤 사람은 회피할 거고, 어떤 사람은 분노할 거다. 끊이지 않는 대화 속에서 이야기는 도돌이표처럼 돌기도 할 테고. 그렇기에 박주미, 이태곤이 보여준 대화는 이혼을 앞둔 부부의 리얼한 현실을 오히려 70분으로 '압축'해 보여준 것과 같다. 임성한 작가의 편견을 깬 파격적인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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