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BJ통신≫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BJ, 유튜버, SNS스타 등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방송과 유튜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온라인 스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술 먹방'을 펼치던 BJ 봉준의 술이 확 깨고 말았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 노련한 BJ답게 발 빠른 사과로 대처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듯하다.
봉준은 10일 새벽 아프리카TV를 통해 동료 BJ인 오메킴 등과 술 먹방을 진행했다. 방송 중 봉준은 여자 BJ들에게 "어떤 자세로 수갑을 차냐? 이거냐? 대한독립 만세냐?"라는 발언을 했다. 이를 본 오메킴은 "2021년 유관순이네"라고 발언했고 봉준은 "2021년 유관순이야?"라며 폭소했다.
유관순 열사는 일제강점기 아우내 3·1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다. 그는 만세운동을 펼치다 일본군에 붙잡혀 모진 고문 끝에 18살의 꽃다운 나이에 옥중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시청자들이 이를 지적하자 봉준은 "내가 비하라고 느꼈다면 (오메킴에게) '형 그만해' 라고 했을것이다"라며 "근데 내가 여기서 한 번 더 받아 친 것은 내가 그렇게 느끼지 않아서 그렇게 한 거다"라고 해명하면서 '그럼에도 불편을 느꼈을'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대화의 맥락에서 생뚱맞은 유관순의 등장하자 대중의 비난은 쇄도했다. '유관순 열사 모욕 논란'에 휩싸인 봉준은 같은 날 새벽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2021년 5월 10일 새벽 1시경 동료BJ들과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대한민국 독립운동에 앞장서셨던 고 유관순 열사에 대한 잘못된 언급과 행동을 했다"며 "먼저 금일 방송을 통해 불쾌감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라며 고개 숙였다.그는 "금일 방송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비하나 모욕을 느낄 수 있는 언행을 했음에도 그 심각성을 바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대한민국 독립에 힘쓰셨던 독립운동가분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심이 부족했고 대한민국 독립운동이 가지는 엄중한 역사적 의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부분에서 나온 제 잘못이다"라고 재차 사과했다.
봉준은 유튜버다. 2013년부터 BJ 활동을 시작했다. 과거에도 설화를 빚을 때마다 사과를 하고 자숙을 한 뒤 방송을 재개했다. 이번에도 봉준식 사과 공식이 통할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심의 기준이 없더라도 대중을 상대하는 방송에는 금도가 있다. 단순 말실수라고 하기엔 사안이 엄중하다. 역사적인 문제를 가볍게 여길 한국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10일 '유관순 열사를 희롱한 'BJ 와꾸대장봉준' 'BJ 오메킴'의 아프리카TV 영구정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BJ 와꾸대장봉준과 BJ 오메킴은 5월 10일 새벽방송에서 수갑을 찬 행동을 묘사하고 그 모습을 보며 "유관순이네" 라며 순국열사를 한낱 몇초짜리 개그의 소재로 사용했다"라며 "순국열사님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습니다. 부디 이 두명의 BJ들에게 영구정지를 주었으면 합니다"라고 꼬집었다.'술 먹방'은 시청자들이 BJ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하는 하나의 콘텐츠다. 좋아하는 BJ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성을 잃을 정도로 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행동은 그저 '진상'에 불과하다.
인터넷방송의 '술 먹방'은 흔한 콘텐츠다. 대화의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 BJ에겐 사람이 돈이다. 돈을 좆는 1인 사업가인 그들이 포기하기에는 과실이 달콤하다.
하지만, 대중에게 술먹방은 달갑지 만은 않다. 대부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방송의 경우 술에 취해 일으키는 실수를 통제할 만한 장치가 없기 때문. 술에 취해 성희롱, 폭력등 사고를 친 뒤 사과 몇마디로 상황을 무마하는 BJ 세계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물론 음주 장면은 TV방송에서도 금지된 규제 대상은 아니다. 주류 광고만이 경고문구를 삽입하는 등 규제를 받는다. 다만 복지부 및 방송심의위 등은 음주 방송을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02년 SBS와 KBS가 흡연과 작별을 고했다. 2년 후 MBC까지 합세하면서 TV 방송가에서 흡연 장면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는 담배를 '나쁜것'으로 여겨 모방이나 남용을 우려해서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는 것은 음주가 흡연보다 더 큰 이유가 될 터인데, 규제의 사각지대에 계속 방치해야 되는 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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