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사장' 최고시청률로 종영
안정적인 포맷 택한 유호진 PD
와신상담 끝에 부활했지만
"조인성 덕 봤다"는 평가도…
안정적인 포맷 택한 유호진 PD
와신상담 끝에 부활했지만
"조인성 덕 봤다"는 평가도…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예능 PD는 둘 중 하나다.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을 MC로 캐스팅하든가, 아니면 가능성 있는 사람을 섭외해 인지도를 높이든가"
'양심냉장고', '몰래카메라', '책을 읽읍시다', '나는 가수다' 등을 연출한 김영희 PD는 예능프로 연출자가 가진 선택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PD의 연륜이 드러나는 이 분석은 최근 방영되는 프로그램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일 종영한 tvN '어쩌다 사장'은 전자의 적합한 예로 들 수 있다.'어쩌다사장'은 배우 조인성, 차태현이 시골 가게를 운영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방영 전부터 조인성의 데뷔 첫 예능프로그램 도전작이자, 차태현·유호진 PD의 다섯 번째 합작품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최고의 배우를 전면에 앞세워 인기 몰이를 하겠다는 '어쩌다 사장'의 전략은 통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평균 7.2%, 최고 9.7%, 전국 가구 평균 6.4%, 최고 8.1%를 올리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유호진 PD가 tvN 이적 후 이뤄낸 최고 성적이다.
1박2일에서 신입PD 몰카로 유명세를 탓던 유PD는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큰 흥행작은 KBS2 '1박 2일 시즌3'. 회사를 옮긴 뒤에도 그의 부진은 계속됐다. 오죽했으면 동료 PD들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갈피를 못 잡았다", "'어쩌다 사장'이 아니었으면 떠내려갔다"고 말했겠는가. 시청률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PD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었지만 이를 듣던 유 PD는 크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어쩌다사장'을 본 소비자들은 조인성, 차태현의 친근한 매력에 호평을 보냈다. 특히 조인성은 낯선 환경에서도 인간미와 따뜻한 매력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tvN '대탈출'의 정종연 PD는 '어쩌다사장'의 성공을 두고 "'그거 조인성이 한 거지 유호진이 한 거냐'는 말이 나온다"고 촌철살인을 날렸다. 절친한 동료들끼리 웃자고 한 말이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캐스팅이 다 했다"는 평가는 연출자에게 칭찬인 동시에 혹평으로 받아들여진다.이러한 시선에도 '어쩌다 사장'이 잘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시청률이 증명하듯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앞선 tvN의 성공작들을 따라하지 않았나하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tvN 예능을 이끄는 나영석 사단의 작품과 유사성이 너무 많다. 시골 슈퍼를 잠시 운영하는 형식은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떠오르게 했다. 원천리에 녹아드는 조인성, 차태현의 모습에선 자급자족 생활에 적응하는 '삼시세끼'가 겹쳐 보였다. 매주 다른 게스트들을 맞아 색다른 케미스트리로 변화를 꾀하려는 것도 이미 '삼시세끼'에서 여러 차례 봤던 장면이다.
유호진 PD는 나영석PD가 KBS에서 회사를 옮긴 뒤 1박2일을 맡아 자신의 색을 입혀 성공을 거뒀다. 유 PD는 이후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프로그램에 투영 시키는데 거침이 없었다. 과거 대자연을 탐험한 '거기가 어딘데', 자신의 꿈이었던 음악 예능 '수요일은 음악프로' 등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해왔다. 전작 tvN '서울촌놈'도 기존의 여행프로그램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뒀다. 본인의 색깔을 내세웠던 유호진 표 예능의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TV프로그램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방송가의 오랜 격언은 여전히 유효했다.
벼랑끝에 몰렸던 유 PD는 스타 캐스팅, 이미 검증된 구성이라는 다소 쉬운 방식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색깔을 내려놓고 와신상담한 끝에 흥행에 성공한 것. 오랜 와신 상담끝에 성공을 거둔 유PD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박수의 끝맛까지 개운하지는 않다.
어느 생태계에서나 다양성은 또다른 가능성을 만든다. 리얼리티 예능이 주를 이루던 2007년 MBC는 도전적인 오디션프로그램 '쇼바이벌'을 내놨다. 흥행에는 참패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결국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미스터트롯' 이라는 음악예능시대를 여는데 밀알이 됐다.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었던 총기 있던 한 명의 PD가 평범해진 것은 아닐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예능 PD는 둘 중 하나다.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을 MC로 캐스팅하든가, 아니면 가능성 있는 사람을 섭외해 인지도를 높이든가"
'양심냉장고', '몰래카메라', '책을 읽읍시다', '나는 가수다' 등을 연출한 김영희 PD는 예능프로 연출자가 가진 선택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PD의 연륜이 드러나는 이 분석은 최근 방영되는 프로그램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일 종영한 tvN '어쩌다 사장'은 전자의 적합한 예로 들 수 있다.'어쩌다사장'은 배우 조인성, 차태현이 시골 가게를 운영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방영 전부터 조인성의 데뷔 첫 예능프로그램 도전작이자, 차태현·유호진 PD의 다섯 번째 합작품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최고의 배우를 전면에 앞세워 인기 몰이를 하겠다는 '어쩌다 사장'의 전략은 통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평균 7.2%, 최고 9.7%, 전국 가구 평균 6.4%, 최고 8.1%를 올리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유호진 PD가 tvN 이적 후 이뤄낸 최고 성적이다.
1박2일에서 신입PD 몰카로 유명세를 탓던 유PD는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큰 흥행작은 KBS2 '1박 2일 시즌3'. 회사를 옮긴 뒤에도 그의 부진은 계속됐다. 오죽했으면 동료 PD들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갈피를 못 잡았다", "'어쩌다 사장'이 아니었으면 떠내려갔다"고 말했겠는가. 시청률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PD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었지만 이를 듣던 유 PD는 크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어쩌다사장'을 본 소비자들은 조인성, 차태현의 친근한 매력에 호평을 보냈다. 특히 조인성은 낯선 환경에서도 인간미와 따뜻한 매력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tvN '대탈출'의 정종연 PD는 '어쩌다사장'의 성공을 두고 "'그거 조인성이 한 거지 유호진이 한 거냐'는 말이 나온다"고 촌철살인을 날렸다. 절친한 동료들끼리 웃자고 한 말이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캐스팅이 다 했다"는 평가는 연출자에게 칭찬인 동시에 혹평으로 받아들여진다.이러한 시선에도 '어쩌다 사장'이 잘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시청률이 증명하듯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앞선 tvN의 성공작들을 따라하지 않았나하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tvN 예능을 이끄는 나영석 사단의 작품과 유사성이 너무 많다. 시골 슈퍼를 잠시 운영하는 형식은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떠오르게 했다. 원천리에 녹아드는 조인성, 차태현의 모습에선 자급자족 생활에 적응하는 '삼시세끼'가 겹쳐 보였다. 매주 다른 게스트들을 맞아 색다른 케미스트리로 변화를 꾀하려는 것도 이미 '삼시세끼'에서 여러 차례 봤던 장면이다.
유호진 PD는 나영석PD가 KBS에서 회사를 옮긴 뒤 1박2일을 맡아 자신의 색을 입혀 성공을 거뒀다. 유 PD는 이후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프로그램에 투영 시키는데 거침이 없었다. 과거 대자연을 탐험한 '거기가 어딘데', 자신의 꿈이었던 음악 예능 '수요일은 음악프로' 등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해왔다. 전작 tvN '서울촌놈'도 기존의 여행프로그램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뒀다. 본인의 색깔을 내세웠던 유호진 표 예능의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TV프로그램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방송가의 오랜 격언은 여전히 유효했다.
벼랑끝에 몰렸던 유 PD는 스타 캐스팅, 이미 검증된 구성이라는 다소 쉬운 방식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색깔을 내려놓고 와신상담한 끝에 흥행에 성공한 것. 오랜 와신 상담끝에 성공을 거둔 유PD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박수의 끝맛까지 개운하지는 않다.
어느 생태계에서나 다양성은 또다른 가능성을 만든다. 리얼리티 예능이 주를 이루던 2007년 MBC는 도전적인 오디션프로그램 '쇼바이벌'을 내놨다. 흥행에는 참패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결국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미스터트롯' 이라는 음악예능시대를 여는데 밀알이 됐다.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었던 총기 있던 한 명의 PD가 평범해진 것은 아닐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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