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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이효리의 발칙한 상상이 시작이었다. 김태호 PD는 눈을 반짝이며 판을 깔았고, 네티즌들이 염원하며 힘껏 부추겼다. 이렇게 온 우주의 기운이 모아졌을까.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 같았던 센 언니 4인방의 조합이 현실화 됐다. 가수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다.

한 자리에 모인 환불원정대 센 언니 4인방은 함께 있는 비주얼만으로도 묘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환불원정대는 저마다 '자기 주장이 강한' 개성과 음악적 실력을 갖고 있는 멤버들이 팀을 이뤄 영화 '어벤져스'의 히어로 못지 않은 존재감을 뿜어낸다.

대중들이 환불원정대를 응원하며 열광하는 이유는 이들이 만들어 낼 무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음악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이 확고한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한 팀으로 만났을 때 어떤 음악, 퍼포먼스, 뮤직비디오가 탄생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MBC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 네 사람 모두 "음악에는 터치하지 말라"는 조항을 내건 만큼 환불원정대가 하게 될 음악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그래서 준비했다. 환불원정대 4인방의 개인 솔로곡 기준으로 각각 베스트 3선(화사는 2곡)을 꼽아 봤다.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어떤 음악으로 사랑받았는지, 또 어떤 음악 세계를 갖고 있는지 돌아보며 아래의 노래를 다시 들어 보길 추천한다. 환불원정대의 신곡을 만나는 일이 훨씬 즐거워질 거라고 믿는다. '한국의 마돈나'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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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돈나'라는 수식어를 보유한 엄정화다. 연기력도 출중해서 배우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효리를 포함해 많은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대표 섹시 아이콘이다. 하나 하나 꼽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디스코 그래피와 히트곡을 보유했다. '걸크러시'라는 말이 있기 전부터 존재 자체로 '걸크러시'였던 대한민국 가요계 디바. 지금도 엄정화의 과거 무대를 보면 조금도 촌스럽지 않은 패션 감각과 무대 장악력에 압도당한다.

'하늘만 허락한 사랑'(1995.12)

오늘 날의 엄정화를 있게 만들어준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엄정화의 대표 발라드로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이 수록된 2집은 당시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가수 엄정화에게 엄청난 성과를 안겨줬다. 엄정화의 미성과 가창력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구의 연인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마음을 노래한 가사는 감성적인 멜로디와 대비되며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김형석 작사-작곡.
'Poison'(1998.07)

세련된 멜로디와 편곡으로 전작 '배반의 장미'를 뛰어 넘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당시 엄정화의 5대5 가르마에 스트레이트 단발 머리가 여성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핫'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작사-작곡한 주영훈 특유의 신나는 멜로디에 남자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여자의 마음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가수 김종민이 이른바 'V맨'이라고 불리며 엄정화의 백댄서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몰라'(1999.06)엄정화가 절정의 인기를 누릴 수 있게 해준 곡이다. '몰라'가 실린 5집은 55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엄정화의 역대 음반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엄정화는 '몰라'를 통해 테크노 열풍의 중심에서 군림했다. 물이 차 있는 헤드폰을 쓰고 고개를 돌리며 '몰라, 알 수가 없어'라고 노래하는 엄정화의 무대는 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하기도 했다. 사랑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에 답답해 하는 가사로 공감을 샀다. 김창환 작사-작곡. '올타임 레전드' 슈퍼스타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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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이 화제가 되는 이슈 메이커, 슈퍼스타다. '가요대상'과 '연예대상'을 동시에 거머쥔 대한민국 유일한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존재감을 증명한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끼와 감성, 재치가 모두를 열광케 한다. 거치지 않고 솔직한 성격이 친근하고,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며 채식하는 소신이 아름답다. 이상순과 결혼 이후 제주에서 신혼을 보내며 두문불출할 때도 있었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뛰쳐 나와선 싹쓰리 린다G로 데뷔하기도 했다. 현재는 임신 계획까지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10Minutes' (2003.08)

핑클 멤버에서 솔로 가수로 전향한 이효리는 솔로 데뷔곡 '텐미닛'으로 단숨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 당시 이효리는 '서울가요대상', '엠넷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KMTV 코리안 뮤직 어워드', KBS, SBS 가요대상을 휩쓸며 '이효리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효리는 '널 유혹하는데 10분이면 충분해'라며 긴 생머리를 흩날렸고, 실로 이 유혹에 온 대한민국이 꼼짝없이 빠졌다. 김도현 작곡-메이비 작사.
'U-Go-Girl' (2008.07)

이효리의 음악적 성장이 담긴 3집 'It's Hyorish' 타이틀곡이다. 솔로 데뷔 초 혹평을 들었던 라이브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녀야, 한번 멋지게 해봐'라는 뜻의 제목처럼 당당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상을 그렸다. 당시 'OK 춤'은 현재까지도 이효리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힌다. 이 노래로 이효리는 핑클 활동, '텐미닛' 솔로 데뷔에 이어 제3의 전성기를 맞았다. 작사-작곡 이트라이브.

'Bad Girls' (2013.05)비교적 오랜 공백기를 깨고 낸 5집 'MONOCHROME' 타이틀곡이다. '역시 이효리'라는 감탄을 절로 자아냈다. 호피 무늬 원피스를 입고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이효리가 나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여자로 분해 무대를 장악했다. 뿔을 형상화 한 포인트 안무가 귀여우면서도 매력적이다. 노르웨이 작곡가팀 뮤직 디자인이 작곡하고, 작사는 이효리가 직접 했다. 이효리는 이 곡이 실린 5집을 계기로 단순 퍼포머가 아닌 뮤지션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톡톡 튀는 럭비공' 매력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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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예쁘다.' 제시에게 잘 적용되는 말인 거 같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시는 지난 2005년국내 연예계 데뷔 후 부침이 적지 않았다. 한국 문화에 적응이 어려웠을 뿐더러 가수로서도 큰 성과를 보지 못했던 제시는 꽤 오랜 시간 방황했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와 MBC '진짜 사나이'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찬찬히 시간을 두고 바라본 제시는 솔직하고 톡톡 튀는 럭비공 같은 매력의 소유자였다. 제시에게 빠지면 답이 없다. 대세 예능 아이콘으로 급부상 중이다.

'인생은 즐거워' (2009.01)

제시카 에이치오(Jessica H.O)로서 마지막 활동 곡이다. 이 다음 작품인 '나이고 싶어'부터 이름을 제시로 바꿨다. 허스키한 보이스와 파워풀한 가창력을 겸비한 제시의 보컬을 만날 수 있는 노래다. 주위 눈치 보지 말고 인생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노래를 통해 가수로서 호평과 인지도를 쌓는 계기를 맞는다. 김도훈 작곡-최갑원 작사.

'쎈언니'(2015.09)

제시의 대표곡이라고 하면 꼽고 싶은 노래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출연 직후 낸 앨범이라 많은 주목을 받았다. 멜로디의 분위기가 귀여웠다 강렬했다 급 전환되면서 잔상이 오래 남는 곡이다. 친구들과 치장하며 놀다가도 링 위에서 남자에게 암바를 거는 제시의 반전 매력을 표현한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았다. 페이머스브로와 바울 작곡. 제시와 237 작사.

'눈누난나'(2020.07)

제시의 가장 최근작으로 이효리가 뮤직비디오에 특별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효리의 지원사격으로 톡톡한 홍보효과도 누렸다. 이 곡은 발매 이후부터 현재까지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제시 가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안겨줬다. 파워풀한 트랩 장르의 힙합곡인 '눈누난나'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주관대로 살고자 하는 제시의 가치관을 품고 있다. 제시. 싸이 외 다수 작사-유건형, 페노메코, 전병일 작곡. 기죽지 않는 '곱창 여신' 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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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씹어 먹는 마마무 멤버로 알려져 있던 화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의심의 여지없이 '곱창 먹방'이다. 단숨에 '곱창 여신'으로 거듭난 화사는 먹는 것마다 보는 이들의 침샘을 자극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와 더불어 파격적인 패션 센스와 출중한 퍼포먼스 실력은 본래 직업인 가수로서도 입지를 다지기에 충분했다. 맏언니 엄정화가 데뷔할 때 태어나지도 못했던 막내지만, 언니들 앞에서 기죽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을 하고, 먹을 건 먹는 화사다.

'멍청이'(twit, 2019.02)

화사의 솔로 데뷔곡이다. 화사는 이 곡에서 목소리가 어떤 것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연인에게 '멍청이'라고 말하는 자신이 결국 '멍청이'라는 걸 가사에 녹였다. 공개 후 음원차트 1위에 올랐으며, MBC '쇼! 음악중심'에서도 1위 트로피를 2번 수상했다. 이 곡으로 연말 시상식 축하 무대에도 오르며 주가를 올렸다. 김도훈, 박우상, 화사 작사-작곡.

'마리아'(2020.06)

화사 자신의 세례명 '마리아'를 그대로 제목에 사용했다. 화사는 박우상과 함께 작사-작곡에 모두 참여하며 이 곡의 메시지가 곧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도 애틋한 나 자신과 당신을 다독이고자 하는 곡이다. 이 곡은 SBS '인기가요'에서 3주 연속 1위 달성하며 솔로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KBS '뮤직뱅크'에서도 2번이나 1위에 오르며 음악방송 5관왕의 기쁨을 누렸다. 지금도 음원차트에서 사랑받고 있다.

최지예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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