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휴식기 갖는다"
'사실상 폐지"라는 목소리 이어져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제로'
'사실상 폐지"라는 목소리 이어져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제로'
지난 20여 년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개그콘서트'가 결국 휴지기에 들어간다.
KBS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그콘서트'가 달라진 방송 환경,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입장문은 최근 '개그콘서트'의 폐지설을 제기하는 보도가 쏟아진 가운데 나온 탓에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폐지 수순"이라고 예상하고 있다.1999년 9월 4일 첫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국가대표급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2011년 추석에는 김병만, 김준호, 박성호 등 '개그콘서트' 출연진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코미디 한일전'을 펼쳤으니 충분히 붙일 수 있는 수식어다.
그간 '개그콘서트'는 '봉숭아학당' '달인' '마빡이' '집으로' 등 수많은 인기 코너를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맹구' '수다맨' '옥동자' 등 인기 캐릭터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한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김병만 이수근 정형돈 박나래 등 현재 각종 예능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는 방송인들도 '개그콘서트'가 배출한 인재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시청률 부진에 빠지며 동력을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인기 프로그램에 밀려 십수 년간 지켜온 일요일 밤의 자리도 빼앗겼다. 이후 4개월 만에 한차례 더 방송 시간이 변경되는 등 찬밥 신세로 밀려나며 과거의 화려했던 위상은 단숨에 추락했다.
이외에도 불명예는 계속됐다. KBS가 자체 제작하는 웹 예능 '구라철'이 '개그콘서트'의 위기를 집중 조명한 게 대표적이다. '구라철'은 '개그콘서트'가 재미 없어진 이유를 찾겠다며 녹화장에 불쑥 찾아와 그 이유를 출연 개그맨들에게 찾았다. 대놓고 '재미가 없다'는 전제를 깔고 프로그램을 파헤친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설욕을 만회할 기회조차 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KBS가 휴식을 갖는다고 알린 다수의 프로그램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불투명한 방송 재개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개그맨들은 유튜브로 무대를 옮긴다. 방송국에서 밀려난 개그맨들은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을 통해 다양한 시도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상파 방송국에선 공개 코미디를 볼 수 없게 됐다. 종편 채널과 케이블을 통틀어 tvN '코미디 빅리그'가 유일하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맥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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