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어스 산하 딩고 뮤직 1팀을 이끄는 박동준 PD. '다모임' 인연으로 래퍼 사이먼 도미닉이 선물한 점퍼를 입고 있다./ 사진제공=딩고 프리스타일


딩고 프리스타일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딩고 프리스타일이 만들어진 건 2015년이다. 5년 사이에 딩고 프리스타일은 힙합 뮤지션들이 세상에 무언가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싶을 때 거쳐가고 싶은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와 소속사를 이어주는 하나의 통로가 됐다. 힙합 팬들이 아니었던 10대들까지 팬으로 만들며 ‘딩프’라는 별칭도 얻었다. 딩고 프리스타일을 운영하는 이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다. 10대가 아닌 사람들이 10~20대 초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것도 서브컬쳐, 그 중에서도 힙합으로.

‘딩프’는 어떻게 이 성과들을 5년 만에 이뤘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딩프’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 질문을 하기 위해 메이크어스 산하 딩고 뮤직 1팀을 이끄는 박동준 PD를 만났다. ‘딩프’의 히트 행진 ‘염따의 성공시대’, ‘다모임’, ‘주X말의 영화’ 등을 만든 주역 중 하나다. 10.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 중 가장 뿌듯한 것은 무엇인가? 혹시 숨겨진 ‘아픈 손가락’도 있나?
박 PD:
잘된 것부터 말해보자면 ‘다모임’이다.(웃음) 워낙 큰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결실을 잘 맺었다. 국내 힙합신에서 최초로 전세기도 띄워보고. ‘다모임’ 이전까지 레이블들과 협업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대중으로부터 신뢰가 쌓였고, ‘다모임’을 통해 그 신뢰가 증명된 것 같다. 또 콘텐츠에 담긴 열 가지의 에피소드가 다 다르다. 다방면에서 시도한 것이 통했고, 음원 차트 진입도 수월했다. 차트, 커머스 등 콘텐츠 이외의 분야에서도 성과가 좋아 좀 더 전략적으로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10. ‘다모임’ 시즌 2에 대한 가능성이 있나?
박 PD:
내 마음 속에선 끝이 아니다.(웃음) 언젠가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10. 콘텐츠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나?
박 PD:
아티스트의 의견을 많이 듣고 함께 기획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그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를 파악한 다음에 기획안을 건네는 식이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이 딩고 프리스타일을 다른 방송국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방송국의 콘텐츠가 아니라 ‘내 콘텐츠’라고 판단하고 피드백을 준다. 10. 새 콘텐츠를 만들 때 ‘이것만은 지킨다’ 하는 기준이 있나?
박 PD:
매 콘텐츠마다 기준이 틀려진다. 그래도 기준의 공통 분모가 있다면 아티스트와 함께 재밌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다.

10. 그래도 조회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텐데.
박 PD
: 예를 들어 ‘월 200의 사나이’에서 출발해 ‘월 300의 사나이’까지 만들어진 뱃사공의 콘텐츠가 조회수가 엄청 높게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의미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뱃사공은 정말 좋아했고 하고 싶어했던 콘텐츠다.

콘텐츠 '주X말의 영화'를 통해 탄생한 실제 영화 '잠은행'(Bank of Seoul)./ 사진제공=MBC, 딩고 프리스타일
10. ‘주X말의 영화’도 딩고 프리스타일에서 만든 최초의 비힙합 콘텐츠라는 점, MBC와 협업 콘텐츠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본다. ‘주X말의 영화’를 만들었던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박 PD:
PD들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아티스트가 아닌 주호민, 이말년과 같은 작가들과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10~20대가 주 시청자인 우리 채널엔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까를 머리가 빠지게 고민했다.(웃음) 그 고민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고 자연스럽게 딩고 프리스타일에 녹아들었고 다른 방송국들에서도 문의가 많이 왔다. 그러한 작가들로 시작했기 때문에 음악, 영화, 오프라인 행사 등까지 다 해볼 수 있었던 케이스였던 것 같다. 제안은 MBC에서 먼저 한 거다. 주호민, 이말년 같은 작가들과 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제안을 받았고, 이후 수많은 미팅과 조율을 통해 ‘주X말의 영화’가 탄생했다.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힙합 콘텐츠 중에서도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는 '다모임'. 음원 '아마두'는 음원 차트 1위, 한국 힙합 어워즈 2020(KHA 2020) 올해의 콜라보레이션 수상을 해내는 쾌거도 이뤘다./ 사진제공=딩고 프리스타일


10. ‘다모임’에 출연한 래퍼들이 부른 ‘아마두’는 지난해 12월엔 멜론 차트에서 1위를 하는 쾌거도 이뤘다. 모바일 미디어를 주축으로 발생한 음원 수익 배분에 대한 공식은 이전에도 없었을 것 같은데, 수익은 어떻게 나눠갖는가?
박 PD
: 그런 룰이 없었다. 그래서 아티스트 측과 많은 상의를 한 끝에 저작권료는 모두 아티스트가 가져가고, 저작인접권만 반반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정했다. 딩고가 콘텐츠 제작비를 전담하고, 음악 제작은 아티스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으로 처음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들과 먼저 상의를 하고 나온 비율이라 대부분 이견없이 받아들인다. 10. 딩고 프리스타일이 올해 5주년이 됐는데 앞으로의 방향은?
박 PD:
‘글로벌 확장’을 키워드로 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도 놀 수 있는 시장을 열어주고 싶은 것이다. K팝 같은 경우는 해외로 갈 수 있는 창구가 여러 개 뚫려있다. 반면 K팝이 아닌 장르들, 힙합을 포함한 서브컬쳐 장르 아티스트들의 진출을 위한 창구는 부족한 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재밌는 콘텐츠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오프라인이다. 해외엔 수상보트나 놀이동산 등을 활용한 테마형 페스티벌이 굉장히 많은데 관련 국내 시장은 작다. 그래서 오프라인 행사도 기획 중에 있다.

10. 해외와의 접점은 찾았는지?
박 PD:
관계자들과 연락은 이미 시작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전보단 컨택이 수월하지 않다.
딩고 프리스타일 유튜브 구독자 수 100만을 돌파해 유튜브 골드 버튼을 받았을 당시 딩고 뮤직 팀./ 사진제공=딩고 프리스타일


10. 최근 국내 디지털 미디어 업계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PD:
디지털 세상은 2주마다 바뀐다. 어떤 콘텐츠가 터질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격변한다. 지금은 딩고 프리스타일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이 돌고 도는 것처럼 어떤 시기엔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어떤 시기엔 웹드형 콘텐츠가 유행을 타는 것 같다. 딩고 프리스타일이 유행을 만든다고도 볼 수 있지만, 좀 더 크게 보면 하나의 시장을 꾸준히 만들어 온 거다.

10.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박 PD:
이전엔 래퍼들처럼 비주류에 속했던 아티스트들이 대중과 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엠넷 ‘쇼미더머니’였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창구가 없었는데 딩고 프리스타일이 그 창구이자 시장이 된 거다.

10. 지금 딩고가 생각하는 경쟁사는 어디인가?
박 PD:
사실 어느 채널이라도 경쟁사라고 생각하고 달려오진 않았다. 오히려 각 채널의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잘하고 있는 것을 더 개발해 전체적인 시장을 더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아직도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요즘 누군가가 나한테 딩고 프리스타일이 어떤 곳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기회의 장이라고 소개한다. 출연 아티스트들에게도, 회사의 인력들에게도 콘텐츠가 재미로 시작해서 의미가 되고, 발전이 되는 선순환 구조다.

10. 올해 딩고 프리스타일의 목표는?
박 PD:
지금 진행 중인 레이블들과의 재밌고 성공적인 사례들을 만드는 것이 1순위다. 현재는 리짓군즈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27일) 리짓군즈와 함께한 음원 ‘burn(Prod.코드쿤스트)’도 발매된다. 2순위는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더 많은 친구들에게 각자의 독특한 아이이어들을 표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거다. 소속사가 못해주는 것을 해주는 것이 딩고 프리스타일의 매력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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