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에 극장 개봉 포기→넷플릭스로 공개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천재지변 상황"
해외 세일즈한 콘텐츠판다 "날벼락 맞아…법적 대응"
영화 산업 전반 '윈윈' 방안 고민해봐야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천재지변 상황"
해외 세일즈한 콘텐츠판다 "날벼락 맞아…법적 대응"
영화 산업 전반 '윈윈' 방안 고민해봐야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4월 10일 공개한다는 특단의 결정을 했다. 극장 개봉 포기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으로 전환해 공개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잠정 연기한 '사냥의 시간' 측은 오는 4월 10일부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29개 언어 자막으로 작품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전했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측은 "코로나19의 위험이 계속되고 확산되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 더 많은 관객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의 기대를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을 전 세계 190여개국의 회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현상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다양한 포맷과 장르의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세운 네 친구와 이들을 노리는 정체불명 추격자의 대결을 다룬 스릴러물이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의 충무로의 핫한 청춘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올해 상반기 개봉작 가운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기도 했다.'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영화제의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도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 영화는 당초 베를린영화제 직후인 2월 26일 국내에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와 겹치며 결국 개봉이 연기됐다. 이 영화에는 순제작비 90억 원, 홍보 마케팅비 27억 원 등 117억 원가량이 투입됐고,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은 대략 300만 명이었다. 이 영화는 후반 작업이 미뤄지면서 이미 개봉도 밀렸던 상태. 이에 영화를 기다린 팬들을 비롯해 외부 투자사 등을 고려해 '사냥의 시간' 측에서는 더 이상 개봉을 미룰 수만은 없어 넷플릭스 공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극장 개봉을 할 경우 홍보 마케팅비가 또 다시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지원 리틀빅픽쳐스 대표는 "메이저 배급사도 아닌 우리 회사로서는 존폐가 걸린 문제"라고 호소했다. 권 대표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 넷플릭스 쪽에 제안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콘텐츠판다 쪽에도 상의를 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손해는 저희 쪽에서 다 보상하겠다고 제시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를 담당해온 콘텐츠판다 측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의 베를린영화제 초청까지 메이드했고 30여개국 세일즈도 이미 완료, 해외 영화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상황인데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콘텐츠판다에서는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영화계와 극장가 피해는 말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극장에서는 이전 개봉작들을 재개봉하는 등 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21~22일의 전체 관객 수는 13만4925명이었다. 개봉 예정이던 신작들은 개봉을 연기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해답이 없는 상황에서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OTT의 등장으로 극장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냥의 시간'의 이 같은 선택은 극장가를 더욱 난감하게 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를 시작으로 투자 제작 단계에서부터 OTT와 계약하는 한국 영화가 늘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사례가 영화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 극장과 OTT 등 영화 산업 전반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영리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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