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MBC 스페셜- 특집 VR 휴먼타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VR(가상현실)을 이용한 특별한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희귀 난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나연이가 VR을 통해 구현 돼 엄마, 아빠를 만났다.

지난 6일 방송된 ‘너를 만났다’에서는 네 아이의 엄마 장지성 씨가 4년 전 세상을 떠난 나연이와 재회했다.

2016년 가을, 셋째 딸 나연이가 일곱 살이 됐을 때, 목이 붓고 열이 나 그저 감기인 줄 알았는데 병원 진단 결과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으로 밝혀졌다. 발병 한 지 한 달 만에 나연이는 하늘나라로 떠났다.나연이가 떠난 지 4년여가 되가지만 장 씨는 한 순간도 딸을 잊지 못한다. 세 아이를 등교 시킨 이후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라면으로 첫 끼를 때우던 장 씨는 또 다시 나연이를 떠올렸다. “하늘이 맑은 날은 기분이 좋아서 나연이 생각이 나고, 흐린 날은 흐려서 생각이 난다. 운전을 하다가 하늘을 보면 남들 눈에는 구름인데 내 눈에는 나연이가 누워서 잠드는 모습이 보였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첫째 재우와 둘째 민서는 그런 엄마 앞에서 애써 나연이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말을 아끼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장 씨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재우가 나연이 얘기를 하면 너무 슬퍼진단다.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나연이 생각 안 나’냐고 물었더니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매일 생각한다’고 했다”고 말해 뭉클함을 안겼다.

나연이 아빠 강현구 씨도 마찬가지였다. 꿈에서 나연이와 끌어안고 운 적도 있다. 강 씨는 “아내가 잠에서 깬 나에게 왜 우냐고 하길래 나연이를 봤다고 하니까 너무 좋았겠다고 부럽다고 했다. 12시간 동안 만날 수 있다면 약을 먹고서라도 12시간을 잘 것이다”라고 했다.이에 ‘너를 만났다’ 제작진은 국내 최고의 VR(가상현실), VFX(특수영상) 기술을 가진 비브스튜디오와 협업해 장지성 씨가 나연이를 만날 수 있도록 애썼다.

VR(가상현실) 속 나연이를 실제 모습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가족들의 인터뷰와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사진, 동영상에 저장된 다양한 얼굴과 표정, 특유의 몸짓, 목소리, 말투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나연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 5명이 각 800문장씩 녹음해 10시간 분량의 음성 데이터를 만든 후, 나연이와 비슷한 모델의 3D 스캐닝 과정을 진행했다. 또 모션 캡처 작업을 통해 나연이 몸을 그래픽화 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표정과 피부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CG작업도 이어졌다. 아울러 엄마와 나연이의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목소리 구현 작업까지 했다.긴장감을 안고 VR 스튜디오를 찾은 장 씨는 “어떻게라도 한 번 보고 싶었으니까,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드디어 VR 체험이 시작됐다. 흰 나비가 장 씨 주변으로 다가왔고, 이후 숲 속에서 나연이의 노래 소리와 함께 “엄마”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VR로 구현 된 나연이가 “내 생각 했어? 나는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하자, 장 씨는 “엄마도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는 항상 나연이 옆에 있어. 정말 예쁘다. 나연이 한 번 안아보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나연이는 “엄마를 위해 편지를 썼다”며 편지를 읽어 내려갔고 장 씨는 내내 울었다.

이어 장 씨와 나연이는 생일 케이크 앞에 앉았다. 생일상 앞에 앉은 두 사람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연이는 생일 초 앞에서 “아빠가 담배 피지 않고, 오빠와 언니가 싸우지 않고 동생 소정이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또한 엄마가 울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장 씨는 나연이에게 “엄마 이제 안 울고 너 많이 그리워하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할게. 나연이 정말 많이 사랑해.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일 다 마치면 그때 나연이한테 갈게”라고 했다.

이날 ‘너를 만났다’는 2.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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