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일 MBC 오후 6시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하이라이트는 누군가의 노래가 아니라 순위 발표의 순간이며, 이 프로그램의 본질은 경연에 있다. 명예졸업자와 탈락자들이 참여한 호주 특별 경연은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계속해서 하위권을 기록하다 한 라운드 만에 탈락했던 김연우는 호주 경연에 참여하며 “자존심 싸움”이라고 말했고, 출연자들은 하나 같이 “더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명예졸업자와 탈락자들에게 이 경연이 각별한 의미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가수’를 통해서 개인의 역사를 쌓았던 가수들이 또 다른 이야기를 써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공연이자 경연’을 준비한 ‘나가수’는 이전 그대로의 방식으로 경연을 진행함으로서 이전과 똑같이 그들이 순위 발표의 시간 앞에 설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호주 특별 경연은 ‘나가수’가 논란과 관심의 중심에 서 있던 시기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 시켜주었다. ‘나가수’가 휴지기를 제외하면 반 년 만에 추억을 전해줄 만큼의 이야기를 쌓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특별 경연에 집중된 관심은 그 짧았던 ‘뜨거운 시절’이 지난 뒤, 이후의 노래와 사연들이 얼마나 빠르게 지루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경쟁에 초점이 맞추어지자 자극을 키우는 방식의 노래들이 살아남았고, 이에 대한 역치는 점점 더 올라갔다. 지금의 ‘나가수’는 순위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우승의 공식 몇 가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쇼다. 원곡과는 달리 “화려하게 후렴구를 장식”해 “칼을 갈며” 염원하던 1위를 차지한 김연우의 우승은 그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그래서 달라진 것은 ‘나가수’도, 가수들도 아니라 ‘나가수’를 보는 시선이다. 경연의 순위와 방송 후의 반응의 명백한 온도 차이 앞에서 제작진이나 청중 평가단을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신들의 경연은 사라진 지 오래, 이제 진짜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건 순위와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이들뿐이다. 그게 가수이든, 시청자이든 말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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