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걸 그룹 컴백의 달이다. 소녀시대가 이미 컴백했고, 원더걸스는 컴백을 예고했다. 또한 시크릿과 오렌지 캬라멜도 주목받고 있다. 시크릿이 발표한 ‘사랑은 MOVE’는 ‘매직’, ‘마돈나’에서 보여줬던 펑키리듬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가벼워진 안무를 넣었고, 보다 대중성을 강조한다. 오렌지 캬라멜의 ‘샹하이 로맨스’는 ‘방콕시티’에 이은 ‘원 아시아 프로젝트’로, 그룹 특유의 독특함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그룹에서 만든 유닛 중에도 손에 꼽힐 만큼 색깔이 뚜렷한 오렌지 캬라멜은 의상, 안무 등의 콘셉트에서 다른 그룹과 차별화를 뒀다. 시크릿과 오렌지 캬라멜이 걸 그룹 대란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만들어 가는 방법을 탐구해보자.
시크릿 ‘사랑은 MOVE’


시크릿의 ‘사랑은 Move’는 쉼 없이 몰아친다. 펑키한 리듬에 브라스, 일렉기타 등 리얼 악기가 얹어져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런 음악에 맞춰 뮤지컬처럼 화려한 무대를 연출한다. 흐름을 조절할 순간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음악이기 때문에 안무를 이용해 무대를 꾸미기가 쉬운 곡은 아니지만, 시크릿은 적극적으로 스텝을 이용해 ‘사랑은 Move’를 표현한다. 쉴 새 없이 스텝을 옮기고, 웨이브 같은 곡선의 움직임 보다는 팔을 쭉 뻗는 직선 동작을 이용해 빠른 리듬에 안무를 맞춘다. ‘Come on’에서도 한 발 씩 번갈아가며 앞을 차는 동작이나 트위스트 스텝을 넣어 신나는 느낌을 준다.

또한 곡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온몸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은 안무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시크릿은 ‘매직’, ‘마돈나’ 등에서 펑키 사운드에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동작들을 넣어 노래와 안무가 쉽게 기억될 수 있는 무대를 꾸몄다. 반면 이번에는 안무에서도 사운드의 느낌을 그대로 강조한다. ‘너너너너너’ 부분에서 손가락질 하는 안무는 악기의 빠르기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고, ‘Love Love Love’가 끝나고 드럼 심벌즈 박자에 맞춰 고개를 세 번 움직인다. ‘사랑은 Move’의 음악적 장점을 가장 살리는 안무인 셈이다. 드럼이 빨라지는 부분에서는 온 몸을 흔드는 동작으로 리듬 사이를 잇는 악기들의 소리까지 안무에 반영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포인트 동작들을 놓치는 건 아니다. 코러스 부분인 ‘Love Love Love’에서 손가락으로 하트를 세 번 그린다거나 ‘많아 많아’ 부분에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상체 위주의 포인트 동작으로 분위기를 더욱 발랄하게 만든다. 사운드를 최대한 표현하는 안무에 포인트 동작들이 더해져 안무가 매우 빼곡하게 채워진 느낌을 준다.



그러나 곡의 사운드를 반영하면서 포인트 안무까지 챙기려다보니 오히려 아쉬운 점도 생긴다.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는 포인트 동작들은 많지만, 이 동작들은 빠른 박자에 맞춰 동작전환이 이어져야 한다. 노래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Come on’부분에서 허리를 숙였다가 펴는 동작은 가장 역동적인 안무지만, 이 안무가 3번의 후렴구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포인트 동작으로서의 희소성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가장 극적인 움직임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숨겨둔 무기처럼 한 번씩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댄서들과 다 같이 같은 동작을 하다 보니 다소 과한 느낌도 있다. 빠른 박자에 맞게 동작전환도 빠르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각도, 박자 등의 통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성과 익숙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시크릿이 ‘사랑은 Move’로도 대중을 움직일 수 있을까. Let`s Dance!


‘너너너너’에서 드럼을 치듯 양 팔을 아래위로 들었다 올리는 동작을 집안일과 요리에 활용해 보자. 분노의 자장면 면 뽑기, 분노의 밀가루 반죽 등으로 빠르게 반죽요리를 해낼 수 있다. 또한 여기에 방망이를 든다면 분노의 다듬이질이 가능하고, 북어를 든다면 분노의 북어패기로 속 시원한 북어국 요리가 가능하다.

Motion Capture!
– ‘Come on’ : 한 박자 당 한 번씩, 매 방송마다 다른 포즈를 보여주는 모델 전효성 선생
– ‘흔들어 내 맘’ : 바쁜 안무 중에도 속성으로 애교 윙크 보여주는 한선화
– ‘Come On’ : 개업식 행사에서 손님을 부르는 마성의 가사와 안무를 보여주는 시크릿

오렌지 캬라멜 ‘샹하이 로맨스’

강시 옷을 입고 나와도, 이소룡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도 된다. 오렌지 카라멜은 어느새 이 모든 것이 콘셉트로 인정되는 유닛이 됐다. 큰 리본을 머리에 달고 공주풍 의상을 선보였던 ‘마법소녀’, 백설공주 콘셉트 의상의 ‘아잉’, 노란 가발을 썼던 ‘방콕시티’까지 그들은 비현실적인 코스튬을 콘셉트로 가져갔고, 어느새 이런 코스튬이 오렌지카라멜의 색깔이 됐다. 여기에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더해지면서 오렌지 카라멜의 대중성이 확보됐다. ’샹하이 로맨스’는 이러한 법칙에 보다 충실하면서 오렌지 캬라멜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들의 무대는 모든 것이 확실하다. 노래 제목은 ‘샹하이 로맨스’고, 의상은 중국풍이다. 그리고 중국 소림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씨에씨에(감사합니다)’ 동작을 가장 처음에 넣어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분명히 한다. 여기에 ‘샹하이 로맨스’는 세 멤버의 개성보다는 오렌지 캬라멜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했다. 마치 세 쌍둥이인 듯 머리스타일과 의상 모두를 일치시켜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 외에는 어떤 해석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전체안무 동작을 딱딱 맞추고, ‘잊으려 노력해도’ 부분에서는 레이나를 선두로 꼬리잡기를 하듯 다른 멤버들이 뒤를 ?으며 춤춘다. 셋이지만 하나처럼 움직이면서 팀 색깔을 뚜렷하게 만든다. ‘보고 싶은 내 님아’에서 나나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눈에 대는 제스처로 개성을 살리지만, 전체 안무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셋이 하나가 돼 레이나, 리지, 나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팀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콘셉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안무는 노래를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노래의 한 음절, 혹은 두 음절 마다 정확하게 손안무가 바뀌면서 가사의 흐름을 그대로 따른다. 안무 속에 ‘OH’를 반복하는 부분에서는 중국 전통무용의 손 모양을 본 따 ‘OH’라는 가사와 어울리게 한다. 또한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텐데’ 부분에서는 손을 양옆으로 뻗어 비행기의 날개를 형상화한다. 가사에 큰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노래 특징에 맞게 ‘???’처럼 음절을 여러 번 반복해준 부분을 살린다. 오른쪽 다리와 오른팔을 ‘???’의 박자에 맞게 들어 올리는 춤으로 특징을 살리면서도 중독성을 준다. 콘셉트를 더욱 부각시켜 주는, 유쾌함을 잃지 않은 안무다. ‘빠졌나봐 빠졌나봐’에서는 나나와 레이나가 조금씩 무릎을 굽히며 걸어가며 가사를 안무로 표현하고, ‘어떡해야 해’에서 노래하는 나나 뒤로 레이나와 리지가 얼굴만 내민다. 가사를 가장 직설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 유쾌함을 담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음악방송에서는 부적을 몸에 붙이면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추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무대 위의 3분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오렌지 캬라멜,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보게 만든다.

Let`s Dance!


‘Baby ???’에서 한 쪽 손과 다리를 동시에 올리는 포인트 안무를 무릎이 아픈 어머님께 권해보자. 오른쪽 팔로 오른쪽 다리를 공중에서 실로 당기는 것처럼 올려준다. 관절운동에 최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릎의 관절염을 반드시 캐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Motion Capture!


– ‘자꾸자꾸 나타나’ : 레이나가 보여주는 찰나의 애교윙크, 이건 윙크하는 것도 눈 감는 것도 아니여.
– ‘두근두근 거리게’ : 양 손으로 얼굴 두드리며 메이크업을 밀착시키는 리지
– ‘보고싶은 내 님아’ : 강시 잡는 부적에도 면역력 있는 강시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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