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를 사랑하는 일본, 그 곳에 ‘잘 노는 언니들’ 2NE1이 나타났다. “일본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고 걱정됐다”는 리더 CL의 말처럼, 귀엽고 여성스러운 걸그룹을 선호하는 일본에서 파워풀한 음악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도전이다. 하지만 9월 19일부터 이틀간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2NE1 단독 콘서트 은 기분 좋은 데뷔 신고식이었다. 는 “첫 날(19일) 공연 시작 5시간 전인 정오부터 1300명이 줄을 섰다”고 보도했다. 20일 한국 취재진들이 요코하마 아레나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몇 시간 전부터 공연장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팬들은 취재진이 탄 버스를 2NE1 차량으로 오해하고 공연장 입구까지 쫓아오기도 했다.
저녁 6시 반, 약 12,000명의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2NE1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과는 달리 그들의 손에는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 한 장 없었다. 대신 머리부터 발끝까지 2NE1 코스프레를 한 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콘서트 리허설을 끝낸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2NE1도 일본 팬들의 2NE1 코스프레 실력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CL은 “한국에서도 우리 스타일을 따라하는 팬들이 많긴 하지만 일본은 거의 모든 관객 분들이 다 그러고 오신다. 메이크업부터 손톱, 악세사리 하나까지 정말 디테일하게 다 따라하시는데 어디서 그 소품들을 다 구했는지 깜짝 놀랐다”고 말했고, 산다라 박은 “우리보다 비주얼이 더 화려한 분들이 많아서 객석을 돌며 공연할 때 내가 오히려 그들을 구경할 정도였다”고 얘기했다.“현재 일본에는 2NE1과 비슷한 색깔의 걸그룹이 없다”
일본 현지 언론의 관심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팬들 중 상당수는 2NE1의 무대의상 코스프레를 했다.
공연 셋리스트는 한국 콘서트와 거의 흡사했지만, 후반부에서는 일본 팬들을 위해 ‘Lonely’, ‘내가 제일 잘 나가’, ‘Ugly’ 등을 일본어 버전으로 불렀다. 노래 중간 중간 들어가는 멘트들도 모두 일본어로 진행됐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CL은 “일본어 멘트를 더 잘해야 될 것 같다. 같이 호흡하면서 대화하는 게 어렵다보니 분위기가 썰렁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고 걱정했지만, 정작 팬들은 외운 일본어를 기억해내지 못해 잠시 멈칫했던 박봄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웃어보였다. 이 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맨 앞줄에서 수줍게 야광봉을 흔드는 중년 여성들을 비롯해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특히 박봄과 공민지의 과감한 웨이브에 열광했고,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비롯해 ‘Ugly’와 ‘I Don`t Care’처럼 간단한 안무와 함께 후렴구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CL이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선창하면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따라 외쳤고, ‘Ugly’의 후렴구 안무에 맞춰 한 쪽 팔을 힘차게 흔들기도 했다. “어제(19일) 3층에 계신 어떤 관객들은 2시간 내내 맨발로 안무를 따라 추셨다. 우리가 옷 갈아입으러 들어가면 그 때 잠깐 숨 돌리시고, 다시 우리가 무대에 나오면 또 춤을 추시는 모습이 신기했다”는 산다라 박의 목격담처럼, 2시간 내내 일본 팬들은 자리에 앉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YG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 일본에는 2NE1과 비슷한 색깔의 걸그룹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어 버전 노래를 부르기 전, 무대 스크린에 GD&TOP 사진이 올라오자 팬들의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빅뱅을 통해 YG 뮤지션들의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2NE1까지 접하게 됐다”는 아루가 이츠미 씨(29세)처럼 2NE1 음악을 듣게 된 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그웨이를 타고 미끄러지듯 멋있게 등장한 게스트 GD&TOP의 무대는 2NE1이 좀 더 편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지난 7월 YG 엔터테인먼트와 AVEX가 설립한 레이블 YGEX의 첫 번째 결과물인 2NE1의 일본 데뷔 미니앨범이 발매되기 하루 전, 일본에서의 두 번째 콘서트는 “우리 노래를 들려드리기 위해 일본에 온 만큼 어떤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선 공연이었다.
사진제공.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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