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MBC 월-금 저녁 7시 45분
항문과 우울증은 의 키워드인 동시에 김병욱 월드의 가장 중요한 핵심어다. 배설모티브는 늘 김병욱 시트콤의 주 소재였고, 이것이 코미디의 기능을 넘어 과잉과 소화불량의 자본주의라는 우울한 현실을 은유할 때 그의 작품은 강한 페이소스를 획득했다. 이 두 키워드가 집약된 항문외과의사 이적(이적)이라는 캐릭터의 등장은 그가 환자의 치부에 확대경을 들이대듯, 이번 작품이 김병욱 월드의 성찰적인 확장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첫 회에서부터 대한민국 2011년이 “돈, 돈, 돈의 해”였다 선언하는 이 작품은, “돈을 벌고 싶어 사람의 항문을 매일 들여다보다” 우울증에 걸린 이적의 자기성찰적 회고를 통해 자본주의사회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이적이 제일 먼저 내상(안내상) 가족을 회상하는 것은 그들이 이 사회의 핵심적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고급주택가, 권위적이며 돈으로 애정을 과시하는 가장, 여유롭게 마사지를 즐기는 아내, 입시 고민에서 자유로운 체육특기생 장남, 해외유학파 장녀. 내상네의 시작은 “서울에서 돈 잘 벌며 살고 있던”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던 이들이 부도로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는” 노숙가족으로 전락하는 상황은 이 고도물질사회의 이면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를 드러낸다. 폐차직전의 봉고는 그러한 현실에 대한 은유다. 하지만 김병욱 월드의 ‘역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망했다고 불꽃놀이 할 일 있어?”라는 유선(윤유선)의 비아냥을 그대로 무기삼아 내상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 이 작품의 풍자의 폭죽이 자본주의사회의 항문을 정조준 할 것임을 예고한다. 전작과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한’ 김병욱 월드 특유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향연도 여전하다. 2011년 가을, 평일 ‘칼퇴근’을 부르는 ‘진짜’가 돌아왔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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