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MBC 아침 8시 30분
정윤희는 1975년 영화 으로 데뷔한 뒤 역대 최고라 평가받는 미모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가 1984년 결혼과 함께 최정상 자리에서 은퇴한 여배우다. 그녀를 다룬 특집 다큐 는 그러나 정작 그 일대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가 아니라 가 제목인 것은 이 프로그램이 정윤희에 대한 단순 조명을 넘어 그녀에 대한 이야기들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방송은 정윤희를 매개로 한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회고담에 가깝다. 작품 활동을 함께 했던 동료 배우, 스텝들에서부터 팬들, 그 시절 문화의 주 향유층이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다양한 회고와 역사적 자료들이 방송을 채웠다. 즉 는 ‘정윤희라는 전설’을 공유한 이들의 사적 기억과 수다, 그리고 그녀가 톱스타로 풍미한 시절에 대한 공적 기억들의 패치워크로서 인물 다큐 화법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화두는 역시 정윤희의 미모였다. 최불암, 송승환, 노주현, 이영하, 정진우 등 동료 배우, 감독의 기억의 몽타주가 정윤희에 대한 신비로움을 강화하는 도입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윤희가 어떻게 전설이 되었는지’를 분석한 네 번째 챕터가 클라이막스였다. 그녀의 전성기인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는 소비문화 성장기였고 그 시대의 총아라 할 수 있는 TV는 새롭게 등장한 광고 시장과 함께 친근한 대중스타의 존재를 필요로 했다. 정윤희는 바로 그러한 시대의 스타였다. 이처럼 역사라는 맥락과 인물을 모두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는 어느 정도 성공한 인물 다큐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판타지 속의 누님”이었다던 내레이션처럼 주된 시점이 남성 위주였다는 것, 회상 일변도의 시점으로 그녀의 현재적 의미가 거의 이야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결말처럼 “그때 그 모습으로 영원히 남아있는 것”은 모든 여배우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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