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운동회일까, 올림픽일까. 이른 아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8월 28일 오전 9시, 하늘색부터 초록색까지 색색의 티셔츠를 맞춰 입은 아이돌스타들이 가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가로지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솟는 무더위건만, 오랜만에 “킬 힐과 깔창을 벗어 던진” 이들의 들뜬 발걸음은 “죄송합니다. 선수들 입장하는 것 다시 찍겠습니다”라는 PD의 말에도 처질 줄을 모른다. 오히려 올림픽을 보는 듯 비장한 건 관객석을 채운 팬들이다. 특히 조용히 트랙을 응시하던 B1A4의 팬들은 경기가 임박하자 박자에 맞춰 칼 같이 ‘B~1A4!’를 외치며 들고 있던 노란 바를 힘차게 두드린다. 이 함성을 뚫고 가장 먼저 등장한 건 스티비 원더로 변신한 붐과 슈퍼주니어의 이특, 은혁, 신동이다. “드럼 스틱 좀 갖다 주세요”(붐)라거나 “엠프 좀”(이특)이라고 말하던 이들은, 결국 MR에 맞춰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사람들을 웃긴다.


그 사이에 해설을 맡은 오상진 아나운서와 김제동은 연신 “그늘에 앉아 있는 분들이 부럽다”고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만, 윤여춘 해설위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단거리 기록은 원래 기온이 높을 때 더 잘 나온다”며 100M 달리기에 출전하는 아이돌스타들을 독려한다. 이어 경기가 시작되고, 출발선에 선 참가자들에게서는 미묘한 떨림이 감지된다. 지난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샤이니의 민호는 “부담이 되고, 열심히 달리겠다”며 짧지만 강한 각오를 다지고, 지난 대회의 50M 달리기 부문 우승자였던 제국의 아이들의 동준은 “몸도 풀면서” 달리겠다는 호기를 부린다. 한편, 붐으로부터 “추석이라서 부모님을 돕고 바로 레인에 선 듯한 복장”이라는 말을 들은 씨스타 효린은 “우승하면 MBC 출연시켜 주세요! 붐 오빠랑 하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외친다. 물론 이 와중에도 우승과 관계없이 “웃으면서 뛰어야죠. 추석인데 기분 안 좋아질 일 있어요?”라며 특유의 미소를 거두지 않는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는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참가자다. 이들 중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스타는 과연 누구일까. 하긴, 경기장에 걸려있던 ‘A-PINK, 1등보다 카메라 원샷을 노려라!’는 플래카드처럼, 이 흥미로운 대회의 ‘사실상’ 우승자는 가장 긴 ‘카메라 원샷’을 받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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