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KBS 신관공개홀에서 진행된 KBS ‘불후의 명곡2-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이하 ‘불후의 명곡2’) 현장은 기자를 고뇌하게 만들었다. 이날 현장에 참가한 기자 모두 명곡판정단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했기 때문. 짬뽕이냐, 자장면이냐를 고르기보다 볶음밥을 시켜 짬뽕 국물과 함께 먹는 기자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어려운 과업이었다.

김태우, 휘성, K-WILL, 환희, 이정, 뮤지컬배우 임태경, SG워너비 이석훈, 노라조의 이혁이 출연한 ‘불후의 명곡2 -남자보컬리스트 특집’에도 예외없이 경합이 진행됐다. ‘불후의 명곡2’의 경연 방식은 무대를 마친 두 가수 중 더 많은 득표를 한 가수가 다음 가수와 겨루는 ‘승자연승제’다. 녹화 현장에서 보는 실제 방송분과 속도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수의 무대가 끝나면 두 가수는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의 계단에 서고, “버튼을 누르라”는 MC 신동엽의 멘트 후 빨간색과 파란색의 버튼 중 하나를 누른다. 100분 토론을 해도 끝이 나지 않을 무대 평가이지만, 짧은 시간에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직감에 따를 수밖에 없다. 전자집계 방식이기에 신동엽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이상벽과 음악평론가 강헌에게 감상평을 듣는 동안 집계가 이뤄진다.

결과가 나오는 순간, 가수와 관객이 감정을 공유한다. 버튼을 눌러 선택했지만 누가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함께 마음을 졸이며 무대를 주시한다. 그리고 대결에서 이겼음을 의미하는 스포트라이트가 한 가수에게 떨어지면 관객들은 같이 환호하며, 또 다른 가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불후의 명곡2’의 박수에는 500명의 감정이 담겨있다. 무대를 선보이고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으로 인해 가수와 관객이 묘한 긴장감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500명의 관객과 8명이 가수가 함께 508인승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2시간 반의 롤러코스터가 끝난 후 관객들은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쉽게 KBS 신관공개홀 앞을 떠나지 못했다. 한 어머니 단체에서 온 50대 여성 관객은 “내가 찍었던 가수가 일찍 떨어져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며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마음에 드는 무대를 골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관객들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짬뽕이냐 자장면이냐, 김태우냐 휘성이냐 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과 가수가 음악이상으로 서로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었다는 게 아닐까.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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