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깨알 플레이어’ 수 Mnet 오후 5시
아이돌 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이 팬덤 바깥의 관심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몹시 구체적인 것들을 뜻하는 ‘깨알’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깨알 플레이어’ 역시 대중적으로 소구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가진 방송이다. 팬들이 환영하는 깨알 같이 사소한 장면들과 멤버 개개인의 특성을 알지 못하는 일반의 재미가 일치하는 순간이란 아무래도 희귀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피니트로 주인공을 교체한 후부터 이 방송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멤버들의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이해시키며 보다 보편적인 흥미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멤버들의 소지품을 공개하거나 몰래 카메라를 진행하는 ‘소년 내시경’과 리얼리티 상황극으로 꾸려나가는 ‘성산동 프리덤’으로 코너를 분리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자가 지극히 팬덤지향의 사소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후자는 그 자체로 내러티브를 갖는 촌극으로서 예능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아이돌 그룹으로서 매니저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인피니트의 리얼리티는 이들이 숙소를 탈출해 자유를 만끽하겠다는 미션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동시에 매니저의 추적이라는 긴장감을 구축하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속이는 자와 속는 자, 당하는 자와 되갚아 주는 자로 나뉘는 멤버들의 성향은 회가 거듭되면서 연속성을 띈 캐릭터로 다듬어 진다.

그러나 이렇게 쌓아 올린 구조와 캐릭터는 든든한 바탕일 뿐, 방송의 궁극적인 알맹이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지난 4회는 그런 점에서 앞으로 ‘깨알 플레이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명백히 드러낸 방송이었다. 신촌 일대를 휘젓거나, 용인까지 원정을 떠났던 앞선 방송에 비해 한강이라는 장소는 긴장을 유발할 특징이 부족했으며 전화로 야단칠 뿐인 매니저의 위협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더구나 인피니트의 컴백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상황이 리얼리티에 잠식 당할 위험이 커졌다.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영리한 상황이 필요하다.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얕볼 수 없는 미션을 제공하는 것이 그 열쇠다.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