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수 없이 어른이 되었다고 확신한 건, 보통의 삶을 소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혹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아침에는 가족들과 상냥한 격려를 나누고, 저녁이면 작은 식탁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는 그런 삶 말이다. 멋진 사건도, 화려한 이벤트도 없지만 매일매일 예상한 만큼 고되고, 기대한 만큼 감사한 인생. 소박하고 평화로운 것이라고 위로해 봐도, 여전히 심심하고 시시해 보이는 그런 생활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패배감이 드는 일이기도 했다. 그건 결국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 별다를 것 없는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를 펼치고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던 건, 그렇게 부루퉁한 내가 얼마나 한심한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토그래퍼이자 디자이너,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모리 유지는 보통의 매일을 꾸준히 사진으로 남겼다. 그 사진들이 모여 세 권의 책이 되는 동안 개들은 늙어갔고, 임신으로 배가 불룩했던 아내는 요령 좋은 주부가 되고, 갓난쟁이였던 아들은 앞니가 빠진 개구쟁이가, 명랑한 유치원생이던 딸은 교복이 어울리는 새침한 중학생이 되었다. 일일이 설명하자면 너무나 사소하고, 선뜻 요약하자면 터무니없이 별일 없는 10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켜본 독자들에게 이들의 삶은 너무나 익숙하게 빛나고 평범하게 귀중한 것이 되었다. 문득 의젓해진 아들의 표정이나 어느새 아빠의 것만큼 길어진 딸의 청바지에는 결코 욕심으로 더하거나 덜 수 없는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증명하는 것은 오늘의 행복에 이르러 돌이켜 볼 때, 평범한 한 장의 기억에는 기적과 같은 축복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읽고 나서 덜컥 카메라를 샀었다. 여전히 솜씨는 서툴고 사진첩은 엉망진창이지만 더 이상 셔터를 누르기 위해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보통의 삶을 준비하는 것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 것은 물론이다.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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