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OO
1.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2. May the Soul be with you.

인간은 육신과 영혼이 결합된 존재이며 육체는 ‘영혼의 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춥고 거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에겐 때때로 비즈니스, 인간관계, 커리어 관리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진심이 다소 부족한 언행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하여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영혼을 꺼두는 것이 좋다.

MBC ‘박명수의 어떤가요’에 전문가 평가단으로 참여한 지드래곤이 박명수가 여섯 곡을 한 달 만에 완성시켰다는 제작진의 귀띔에 “천재네요”라는 멘트를 던지는 찰나 미세하게 초점을 잃고 흔들리던 눈빛, Mnet 에서 곤란한 춤사위를 선보여야 했던 로이 킴의 ‘입은 웃으려 하나 눈은 웃고 있지 못한’ 표정 등에서 우리는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의 불완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혼 없는 리액션이나 영혼 없는 댄스를 단순히 기계적이고 무성의한 행태라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 SBS ‘아잉’ 댄스 영상에서 이종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미소 짓고 팔다리 또한 안무를 완벽히 소화하고 있음에도 몰입하여 즐기지 못하는 인간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렇듯 자신의 본성이나 본심과 어긋나는 행동 및 태도를 보여야 하는 순간 영혼을 육신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은 시련을 돌파하기 위한 자기방어본능의 작동이자 실존을 위한 마지막 저항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보다 이상적인 것은 영혼을 빼앗기지 않고서도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편안히 수행해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래를 들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윤종신처럼.

용례 [用例]

* 연말 시상식의 트렌드는 MC들의 영혼 없는 진행이었지.



* 신년회에서 상무님의 썰렁한 농담에 전 직원은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 답정너 앞에 영혼 있기 없기 그러기
A: 설리가 예뻐, 내가 예뻐?
B: 에이, 니가 훨씬 예쁘지~
A: 수지가 예뻐, 내가 예뻐?
B: 당연히 니가 더 예쁘지~
A: 그럼 김태희가 예뻐, 내가 예뻐?
B: 어, 어? 아, 너…
A: 영혼 없는 칭찬 집어치워라.
B: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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