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KBS2 토-일 저녁 7시 50분
는 오랜만에 가족의 본질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정통 가족극이다. 그 질문은 가족의 이중적 속성을 겨냥하고 있다. 애초에 서영(이보영)이 아버지 삼재(천호진)와의 인연을 끊은 것은 우재(이상윤)와의 결혼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삼재의 무능력이 아니라 그가 가부장으로서의 권위와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힘들어했다. 그런 서영이 독하게 삼재와 결별한 뒤에도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은 단지 천륜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받아들이기를 요구하는 가족주의의 억압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작품은 천륜을 어긴 인물들의 동기가 흔히 그러하듯이 서영의 동기를 속물적 욕망으로 그리지 않음으로써 쉽게 패륜이라 낙인찍지 못하게 한다.



대신 최근 전개 속에서의 서영의 고통은 가족의 또 다른 측면, 즉 공동체로서의 치유적 속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서영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가족의 굴레를 빠져나왔지만 하나 간과했던 것은 그 안에는 동시에 공동체로서의 소통과 공감을 통한 치유적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서영과 우재(이상윤)의 불화도 근본적으로는 거기에 원인이 있다. 서영은 우재를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공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재는 가족과 사랑의 힘을 믿지만 스스로 그 인연을 끊어냈던 서영은 그럴 수 없다. 우재가 서영의 행동에 그토록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믿는 가족의 힘을 부정당했기 때문이며, 시청자 입장에서 그의 변화가 변절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그 자신 또한 그 믿음을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영은 자신을 ‘천애고아’라 소개했던 자리에서 더 성장하지 못했고, 우재 역시 그런 서영에게 일방적으로 순정을 바치던 남자에서 더 성숙하지 못했다. 는 이들 부부의 갈등을 통해 개인적 존재인 인간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족 안에 편입될 때 어떻게 사회적 존재로 함께 성숙해 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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