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자정 무렵, 그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대기실 여기저기에 널려 있던 색색의 텔레토비 의상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갓 프린트되어 나와 아직 따끈따끈한 대본을 손에 든 이들이 마지막 반장선거를 준비하러 스튜디오로 향한다. tvN ‘여의도 텔레토비’ 현장, “오늘 대본은 이겁니다.” 만화책을 펼쳐 보이는 김민 PD에게 3초간 낚였지만 꼭 속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12월 8일 방송에서 만화 에 등장한 ‘패왕의 알’ 목걸이를 소품으로 내놓았던 그는 “그 목걸이를 시청자 중 천 명이 알아봤다면 이건 한 2백 명 정도라도 알아듣고 재밌어 하면 좋겠어요”라며 한 게임으로부터 비롯되어 다양하게 패러디되었던 효과음 “장비를 정지합니다”에 대해 ‘앰비’ 김원해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대본은 아니지만 역시 ‘또’ 김슬기가 여러 보수 성향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아 강력한 기 덩어리인 ‘원기옥’을 만드는 신을 연출하기 위한 참고 자료다.

3~5분 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각종 영화, 만화, 게임, 인터넷 유머 패러디가 빼곡한 ‘여의도 텔레토비’ 답게 ‘또’가 ‘문제니’ 김민교에게 한 방 먹이는 신 역시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게임의 필살기 ‘워류겐’을 온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김슬기를 위해 김민 PD가 “‘워류겐’이 영어로 뭐냐?”라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검색하고, “워류~~~겐”인지 “워류↗겐”인지 의견이 분분하던 스태프들과 김민교까지 모두 함께 동작을 연습한 끝에 김민교가 “왼발 점프야, 왼발”이라는 팁을 알려준다. 그토록 공을 들이며 한 신, 한 신을 만들어가는 사이 드디어 촬영은 이 날 방송의 클라이막스인 원기옥 제조를 향해 가는데, 만화 대사를 패러디한 “텔레토비 동산의 보수적인 반 친구들이여!”가 입으로 뱉기엔 너무 힘들다며 곤란해 하는 김슬기에게 “이거 굉장히 신성한 대사야! 빨랑 해!”라는 김민 PD의 진지한 일성이 떨어진다. 그렇게 새벽은 깊어가고, 녹화가 끝난 후인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대선 정국에 제발 큰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마음이 모여 원기옥이라도 된 것일까. ‘구라돌이’ 정명옥의 모델이 되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가 사퇴를 발표한 것은 ‘여의도 텔레토비’ 마지막 방송 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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