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의 광풍이 한 차례 지나간 뒤였던 작년 말, SBS ‘K팝 스타’(이하 ‘K팝 스타’)가 시작되었다. 국내 3대 기획사 SM-YG-JYP를 대표하는 보아, 양현석, 박진영이 심사위원으로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반면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K팝 스타’의 TOP 3인 박지민, 백아연, 이하이가 모두 데뷔했고 현재 이하이는 데뷔곡으로 2주 째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방송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박성훈 PD의 말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여전히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경쟁 중이지만 ‘K팝 스타 2’를 기대하는 건 그래서다. 과연 고유의 장점과 단점을 보여준 시즌 1을 넘어 또 한 번 새로운 스타를 만들 수 있을까. 오는 18일 저녁 5시 첫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심사위원 세 명과 박성훈 PD를 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났다.Q. 1년 만에 시즌 2를 시작하게 됐다. 새로운 각오가 있을 것 같다.
양현석: 지난 시즌 스케줄은 ‘내가 이거 왜 했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혹독했다. 방송 끝나고 자유롭게 일 하다가 막상 제작발표회 한다고 하니까 앞으로 시작될 그 악몽 같은 스케줄이 걱정되더라.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2에 참여하는 이유는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때 묻지 않은 아마추어를 볼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임하고 있다.
보아: 다시 한 번 이렇게 심사위원으로 불러줘서 영광이다. 시즌 1에서는 여린 모습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번엔 지원자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진영: 녹화 직전까지 두 달 동안 사막에서 지내서 그런지 모든 게 신선하다. 재능 있는 친구들 만났을 때의 그 흥분과 설렘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되도록 하겠다.
박성훈 PD: 지난달 본선 1라운드 심사를 통해 80명을 뽑은 상태다. 이번 시즌은 프로그램 내실에 더 신경을 쓸 예정이다. 형식이나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지원자들의 성장 스토리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거다. 그리고 생방송 때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하지 않은 부분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Q. 시즌 2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박진영: 가장 큰 성과는 현석이 형이 굉장히 밝아졌다는 점이다. (보아: 한 가지 더. 절대 지각을 안 한다.) 원래 굉장히 피곤해하고 대인관계도 매끄럽지 않았었다. 단점이라면 밤 12시에 자꾸 날 불러낸다는 거다. 농담이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올해 가요계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친구들을 발견했다는 게 프로그램의 성과인 것 같다. 우승하고 몇 년 뒤 그냥 사라질 친구들이 아니었다.
양현석: 사실 부족했던 점도 많았다. 가장 마지막에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경험이 부족해 생방송 때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시즌 2에서는 그런 시행착오가 없을 거다. 그리고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와 보아, 박진영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다 모이기 힘들다. 참가자들에겐 당락과 관계없이 이 세 명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는 거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박진영 “공기 반, 소리 반 이야기는 절대 안 할 거다”Q. 시즌 1의 성과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만큼 대중의 시선을 끄는 참가자가 나와야 할 텐데 본선 1라운드 심사를 마친 결과 마음에 드는 실력자를 발견했나.박진영: 남자 키보드 2인방이 기억에 남는다. 심사위원 세 명을 모두 충격에 빠지게 할 정도였는데 그 중 한 명은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보아: 아주 인상적인 어린 소녀가 있었는데 춤을 너무 잘 춰서 내가 그 친구에게 배워보고 싶단 생각도 들더라. 전반적으로 시즌 1과 다른 색깔을 가진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양현석: 보아가 언급한 꼬마는 박진영이 일어나 90도 인사를 할 정도였다. (웃음) 나 같은 경우엔 독특한 성향을 좋아해서 몽골에서 온 자매가 기억에 남는다. 방송 보시면 굉장히 독특하다는 걸 아실 거다. 또 자작곡 ‘새벽 세 시’를 부른 친구가 있었는데 스태프와 심사위원이 모두 다 웃을 정도로 독특해서 그 친구가 다음엔 어떤 노래를 부를지 기대된다.

Q. 박진영은 두 달 동안 사막에 다녀왔는데 그 경험이 심사를 하는 데에 영향을 준 것 같나.
박진영: 그렇다. 지난 20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하루도 쉰 적이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쓴 500여 곡의 노래가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똑같고. 그래서 과감하게 모든 걸 끊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아무와도 연락 안 하고 음악도 안 들었다. 연주할 데가 없으니 곡도 안 썼고. 그 후 한국에 와서 일주일 정도 활동하는데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 진정성을 갖고 심사하고 싶다. 그리고 다들 공기 반, 소리 반 이야기 좀 하지 말라고 해서 절대 안 할 거다. (웃음) 한 가지 오해를 풀고 싶은데 그 말은 내가 지어낸 게 아니다. 요즘도 종종 훌륭한 선생님들을 찾아가 레슨을 받는데 그 때 들었던 좋은 말들을 다 전달한 거다. 내가 지적한 모든 건 내가 지적 받은 거라 생각하셔도 좋을 거다.

Q. 전 시즌에서 양현석과 박진영이 신경전을 벌인 게 화제가 됐다. 이번 시즌에도 비슷하게 심사를 하고 있나.
박진영: 시즌 1 때 그런 모습이 나간 건 우리가 친해서였다. 만약 사석에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더 조심했을 거다. 시즌 2에서도 물론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적으로 서로 좋아해도 음악과 춤 이야기가 나오면 각자 원하는 색깔이 있기 때문에.
양현석: 사적으로는 굉장히 친하다. 아까 잠깐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 달에 세, 네 번 술을 마시는데 그 때 마다 꼭 박진영에게 전화한다. “네가 여자 친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전화하는 걸까” 라고 했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다. 하지만 박진영과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게 있는데 그 부분이 심사를 하며 나오는 것 같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 의견 마찰로 화제를 만드는 걸 보고 우린 안 해야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엇갈리는 게 있더라. 그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각 소속사 대표가 같은 사람을 다르게 평가하는 걸 본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Q. SM의 경우 지난 시즌에서 최종적으로 참가자를 뽑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나.
보아: 일단 시즌 1에서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게 룰을 어긴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승자가 회사를 선택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각 회사에서 고를 수 있는 게 룰이었다. SM 특성 상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시즌 1에 적합한 참가자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양현석: 제 3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맞선을 봤다고 무조건 결혼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본다. 시즌 3, 4, 5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YG와 색깔이 다르다면 아무도 안 데려갈 수 있는 거다.

박성훈 PD “우리처럼 좋은 심사위원은 찾기 힘들 거다”
Q. 박지민은 JYP에서 15&로, 백아연은 솔로로 나왔고 YG에서도 이하이가 데뷔해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서로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박진영: 이하이 양 무대를 보고 현석이 형이 물이 올랐구나 생각했다. 두 달 동안 사막에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웃음) 하이 양만의 색깔을 꺼낸 완벽한 프로듀싱이었다.
양현석: 박지민과 백아연 모두 아직도 아끼고 있다. 대중은 1등인 박지민, 2등인 이하이, 3등인 백아연이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세 명이 경쟁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경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박진영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박지민 양과 백아연 양의 프로듀싱을 못했기 때문이다.
보아: 제 3자 입장에서 봤는데 소속사를 생각하기 이전에 그 친구들과 동고동락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다들 본인에게 잘 어울린 옷을 입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된다.

Q. 시즌 1의 TOP 10 중 몇 명이 각 소속사와 계약을 했는데, 그들이 향후 다른 소속사 스태프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의 교류도 할 수 있을까.
박진영: 물론이다. 하이 양 데뷔할 때도 같이 곡 작업하자는 이야기가 오갔지만 사막에 가는 바람이 무산됐다. 과거 세븐의 곡도 내가 만들었고 작곡가 박진영이 따로 있기 때문에 다른 기획사에 간 친구들 누구와도 작업할 수 있다.
양현석: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요청이 들어온다면 나도 박지민 양, 백아연 양 모두와 작업하고 싶다.Q.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 이에 대한 부담감이 없나.
박성훈 PD: 오디션 프로그램 이렇게 많은데 실력자들이 계속 나올까 라는 질문을 항상 받는다. 다들 걱정하시지만 실력자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걸 이번 오디션을 통해 확인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장르가 처음 한국에 소개됐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1,2년 사이 없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아쉽다고 하면서도 시청을 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양현석: 오디션 프로그램이 앞으로 인기를 못 끌 거란 말은 시즌 1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대중들이 지친 것도 느끼고 나도 그렇다. 그럴수록 우리만의 장점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다른 프로그램 심사위원이 못 보는 재능을 저흰 보는 거고 시청자들도 그것 때문에 ‘K팝 스타’를 좋아하는 것 같다.

Q. 첫 방송을 앞두고 시청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아: 시즌 1을 하면서 ‘K팝 스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트레이닝을 통해 참가자들이 변화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통해 나도 많이 배웠고, “시즌 2 언제 시작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양현석: 시즌 1 때 신기했던 건 5, 60대 분들도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보신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책임감이 느껴졌다. 프로그램을 재밌게 만들려고 연출을 하기보다 진심으로 참가자들을 대하겠다.
박진영: 예전엔 촬영 분위기가 좋으면 방송이 잘 나올 거란 말을 이해 못했는데 요즘 부쩍 그 말이 생각난다. 본부장, PD, 작가 등 모든 스태프와 심사위원 세 명이 사석에서도 만나 밥 먹고 술 한 잔 할 정도로 팀워크가 좋다. 그게 좋은 방송으로도 나올 거라 믿는다.
박성훈 PD: 앞으로도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많은 실력자들이 몰리겠지만 우리처럼 좋은 심사위원은 찾기 힘들 거다. 세 분 모두 개그감도 늘고 입도 많이 풀리셨고. (웃음) 노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감동을 주는 사람을 뽑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임할 테니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