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란 말은 딱딱하고, 훈남이란 말은 간지럽다. 포마드를 발라 곱게 빗어 올린 리젠트 헤어와 짙은 선글라스, 몸에 쫙 달라붙는 흰 바지에 롱부츠로 무장한 두 남자에게 이 단어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거기다 “우리가 대세”라거나 “길거리가 마비될 정도”라는 너스레까지 듣고 있으면 이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 ‘쾌남’만이 둘을 표현할 수 있는 적확한 단어란 생각이 든다. Mnet (이하 )에서 승부와 관계없이 눈길을 끌었던 ‘쾌남과 옥구슬’의 정턱과 오다길에 관한 이야기다. 비록 슈퍼위크에서 탈락했지만, 이들은 길지 않았던 과정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뚜렷이 남기는 데 성공했다. 터번을 쓰고 수염을 붙여 중동의 부호로 변신하거나, 심사위원들의 말에 번번이 재치 있는 멘트로 응수했던 재기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미션 때마다 정턱과 오다길이 직접 준비한 랩은 위트가 있되 허투루 쓰인 것이 아니었고, 퍼포먼스로 채운 무대는 웃겼지만 우습지 않은 것이었다.
“허송세월 보내는 것보다 뭔가 재미난 걸 찾으려고 했어요”
사람들은 이 신선한 얼굴의 발견을 두고 흥분하지만, 사실 두 남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늘 해왔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정턱과 오다길이 ‘정턱과 쾌남들’이라는 팀으로 첫 디지털 싱글 앨범 를 발표한 건 지난 2010년의 일이며, 현재까지 총 네 개의 앨범이 그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그대는 내 흑인 친구 / 이름은 메리어스, 메리어스 / 여름에 입는 런닝구 / 그것은 메리야쓰, 메리야쓰’(‘메리어스 내 흑인 친구’) 등의 가사나 스틸컷을 연결해 제작한 뮤직비디오에서 짐작할 수 있듯, 치밀한 전략이나 음악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2007년 SBS 공채 9기 개그맨 동기로 만나 “마땅히 할 것도 없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뭔가 재미난 걸 찾으려고”(오다길) 시작했던 일이 지금에 다다른 것이다. 그동안 두 사람은 부지런히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었으며, 행사를 뛰었다. 다른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가욋일도 마다치 않았다. 다음, 또 그 다음 앨범을 기약하기 위해서였다. “번 돈은 무조건 다 앨범 제작에 털어 넣어요. 이번에 행사 뛰어서 돈을 벌면 또 다음 앨범에 넣고, 다시 행사 뛰어서 버는 식으로.”(정턱)
장난에 목숨을 거는 무모함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턱과 쾌남들’의 내일을 계속해서 연장하는 것은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그렇게 살기 위해선 오로지 자신의 힘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턱이 어느 순간 진지한 얼굴로 “남의 돈을 끌어오는 순간 눈치를 봐야 해요. 그분들 요구를 충족시켜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거거든요. 그 사람들이 돈을 주고 이래라저래라 하면 일이 산으로 가게 돼요. 그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라 말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성실하자”라는 오다길의 좌우명에는 마음먹은 대로 사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기지나 재능보다 꾸준한 성실함이라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댄서에서 개그맨으로, 개그맨에서 타투이스트로 살아왔으며, 지금은 타투를 통해 버는 돈 역시 팀 활동에 다 쏟아 붓고 있다는 오다길만큼 성실하게 인생을 꾸려온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뉴 타입의 쾌남이 떴다
그러니 독특한 코스튬을 둘렀다고 해서 정턱과 오다길을 겉멋 든 남자로만 봐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반짝 터지고 사라질 불꽃같은 이벤트로 여겨서도 곤란하다. 두 남자는 즐겁기 위해 힘껏 살아왔고, 그 결과로 마침내 많은 사람에게 발견되었다. 말하자면, 도통 예상할 수 없는 뉴 타입의 이 남자들이 본격적으로 가요계를 침공하는 건 이제부터라는 뜻이다. “올해 안에 발매될 다섯 번째 디지털 싱글이 1분이라도 괜찮으니 음원 순위 10위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며 애태우다가도 “UV 정도까지 올라가는 게 최종 목표다. 그분들은 유부남이지만, 우리는 아니다. 유세윤 씨와 뮤지 씨가 지금 위기감을 느끼고 계실 것”이라 말하며 금세 어깨를 펴는 둘의 모습이 웃기지만 멋있어 보이는 건 왜일까. 역시, 남자라면 쾌남이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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