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tvN 9시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팀을 나눠 입담을 겨루는 tvN 토크쇼 는 3사의 각기 다른 코미디 색깔도 보여주면서 개그맨 집단 안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는 토크쇼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직 토크쇼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인 에서 그런 재미를 누리긴 어렵다. 폭로전이나 수위가 센 이야기로 승부를 보려는 조바심 앞에 방송사 간의 색깔 차이는 흐릿해지고, 토크는 종종 MBC 에 출연하는 황제성에게 “어린애들 좋아할 거 같아”라고 무리수를 날리는 유상무나, 박나래의 술버릇 이야기를 술자리 방담 수준으로 높이는 개그맨들처럼 유쾌하게만 보아넘길 수 없는 순간을 넘나든다. 발을 구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과도한 리액션 또한 콩트 코미디의 그것일지언정 토크쇼에 어울릴 만한 리액션은 아니다. 단순히 집단 토크쇼를 즐기고 싶다면 SBS 이나 MBC 등 덜 불쾌하고 더 유려한 대체재가 얼마든지 있다.

MC 신동엽은 이런 문제를 최대한 해결해주는 존재다. 신동엽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어린이를 사랑해야죠” 같은 멘트로 위험하게 흐를 뻔한 토크를 조율하고, 수위가 넘었다 싶으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제지에 나선다. 과도한 리액션으로 분위기가 과열되면 함께 거들어주는 듯 끼어들어 분위기를 연착륙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만의 색깔이 생겨난다. 토크가 서툰 후배들을 다독여 쇼를 끌고 가는 베테랑 플레잉 코치 신동엽과 그의 지도에 따라 토크쇼를 배워 나가는 개그맨 후배들이 만들어 내는 성장서사의 가능성이 그것이다. 아직 서툴고 어색하지만, 콩트 코미디에만 익숙했던 개그맨들을 버라이어티에서도 생존 가능한 인재로 키워내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는 주목할 만하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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