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회 KBS 밤 9시 40분
그동안 방송에서 다큐멘터리는 눈의 기능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더 깊이, 더 가까이 들어가 더 진귀한 장면을 담아냄으로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시하는 것이 방송 다큐멘터리에게는 일종의 성취였던 셈이다. 그러나 는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에 더해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한 작품이다. 수십 대의 카메라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다각도의 촬영 기법이나 애니메이션을 도입해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그래픽 작업은 물론, 자막의 위치와 디자인조차도 세심하게 고려된 이 다큐멘터리는 연출로써 시청자의 감각을 생생하게 자극하는 법을 안다. 포획되는 참치에 감정을 이입한 카메라 워크나 천천히 재연하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애타게 하는 스시 만드는 과정은 다큐멘터리가 담담하거나 냉정한 장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돌파해 버린다.

그러나 다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시된 장면을 토대로 시청자들에게 역동적인 지적 유희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는 진정 주목할 작품이다. 물고기를 주제로 삼지만 정작 다큐멘터리가 탐구하는 것은 소금과 쌀, 종교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작품은 물고기를 낚고, 저장하고, 요리하는 인류를 이해한다. 일본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태평양을 거쳐 다시 북유럽으로 세계 지도를 종횡무진 하며 정보를 전달하지만 방송은 산만하기는커녕 성실하게 채워진 노트처럼 풍부하다. 그리고 물고기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달리함에도 불구하고 매 회 반복되는 문장을 통해 거시적으로 인류와 물고기의 핵심적인 관계를 해석하게 한다. 고발이나 관찰이 아니라 퍼즐처럼 즐거운 다큐멘터리는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아니, 매 번 한 시간 내내 긴장이 팽팽한 방송 다큐멘터리는 솔직히 처음 만나는 것 같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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