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tvN 밤 11시
(이하 )의 인물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로맨스가 아니라 ‘그 사람’과의 로맨스다. 열매(정유미)가 석현(이진욱)과의 오랜 연애와 여러 번의 이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매에겐 석현과의 연애만이 ‘그 사람’과 ‘로맨스’를 둘 다 충족시킬 수 있었다. 가장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재경(김지우)과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지희(강예솔)도 마찬가지다. 로맨스 없이 그 사람만 필요했던 재경이 당한 배신과 로맨스를 위해 그 사람이라고 스스로 세뇌했던 지희의 각성도 열매는 물론 이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경우를 되새김질하는 우리와 닮았다. 그래서 열매가 지훈(김지석)과 연애를 시작한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중요하다. 늦은 밤 보고 싶다는 지훈의 문자에 대답을 망설이던 열매가 데이트 후 먼저 헤어지기 싫다고 말하게 된다. 결국 이 연애는 지훈이 열매에게 두 가지를 다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또한 모든 새로운 연애는 대개 지난 연애에 대한 반성문인 동시에 반복이다. 재경이 정민(인교진)과의 관계에서 망설이는 부분도 지희가 태우(허태희)에게 처음부터 노력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던 것도, 그리고 열매가 지훈과의 관계에 대해 사랑일까를 의심하는 것도 그들이 경험한 과거 연애의 영향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열매가 지훈이 보여주고 정의하는 사랑의 방식을 알게 되며 감정의 변화를 겪는 것처럼 새로운 사람이 가져오는 에너지와 만나기에 연애는 언제나 변주의 가능성에 열려 있다. 이처럼 반복과 변주가 충돌하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로맨스에 대해 지금 가 보여주는 대답은 영화 의 주제가 ‘월량대표아적심’을 인용하며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을 혹은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엔 만나는 운명 같은 사랑인 듯하다. 그리고 극과 극처럼 보이는 지훈과 석현이 방식만 다를 뿐 열매에게 운명으로서의 사랑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흥미로워진다. 다만 이것이 분명해지려면 아직은 모호한 석현의 진심이 드러나야 한다. 그의 비밀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이 흥미로움의 지속 여부 또한 결정될 것이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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