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Put it back on
조권의 싱글 ‘Animal’을 만든 아비치는 마돈나, 레오나 루이스, 다프트 펑크 등과 작업했고, 영국 차트 1위곡 ‘Levels’를 만들었다. 그리고 1989년에 태어난 DJ다. 몇 해 전부터 데이빗 게타, 티에스토, 저스티스 같은 DJ들이 한국의 클럽 파티에 등장했고, 글로벌 개더링처럼 DJ가 주인공이 되는 대형 페스티벌이 흥행하기 시작했다. 클럽문화가 자리 잡을수록 DJ는 중심에 서고, DJ는 음악의 트렌드를 바꾼다. 2년 전 DJ 디플로는 GD&TOP의 ‘뻑이가요’에서 클럽 특유의 몽롱한 분위기를 재현했다. 2년 후 ‘Animal’은 사운드에 적당한 울림을 사용하면서 클럽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귀로 들려준다. f(x)의 ‘Electric Shock’는 클럽의 공간감과 클럽에서 출 수 있는 춤을 무대 위로 가져오면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아비치가 조권의 노래에 참여한 것이 놀라운 일이라면, 그건 세계적인 뮤지션이 한국 뮤지션과 작업해서가 아니라, 한국 댄스음악이 어느새 클럽의 트렌드를 흡수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댄스음악들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유행하는 댄스 음악들의 몇몇 사운드를 응용하는 대신, 클럽 그 자체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ET의 전설
Mnet 6회에는 ‘ET’라는 남자가 나온다. 그 남자는 1990년대부터 여러 가수들의 공연장에 나타났고,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공연장의 여러 상황들을 정리했다. 그가 있는 공연은 대박이 난다는 소문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2006년 동방신기 공연에서 갑자기 프레스 증을 확인시켜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2년까지 같은 일, 또는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ET’는 이 바라보는 가요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서 이상민이 보여주는 가상의 행동들은 수많은 자칭 제작자들이 보여주는 ‘쌈마이’ 짓과 같다. 업계의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친구라고 허세를 떨고, 조건을 속여 연예인과 계약하며, 수많은 소문과 뒷담화를 실어 나른다. 그들은 LSM엔터테인먼트가 아닌 SM엔터테인먼트의 주인이 되길 원하지만, 그들이 지금 그나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ET’나 어느 회사와도 계약하지 못한 연습생 같은 가요계 주변부 사람들뿐이다. 은 마치 김구라가 말하는 연예계 뒷담화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버전 같다. K-POP의 영광 뒤에 있는 산업의 이면을 TV로 가져와 놀려댄다. 그건 알고는 있었지만 볼 필요가 없거나, 보기 싫었던 부분을 이것 보라며 조롱하는 것과 같다. 이 작품이 재밌으면서도 불편하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어메이징 다크나이트의 아이덴티티는 어디서 오는가
과 를 위한 간단한 예습. 샘 레이미 감독의 시리즈 블루레이가 할인 판매 중이다. 그 중 가장 걸작인 는 9분이 늘어난 확장판이다. 7월초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영향을 준 배트맨 관련 그래픽 노블을 한데 묶은 도 나온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슈퍼히어로 마니아들만을 위한 아이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영화를 볼 사람이라면 는 피해가기 어려운 유혹일 것이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슈퍼히어로의 가족이 위험에 처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슈퍼히어로물이 어떻게 어른들의 오락이 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에서 슈퍼히어로는 사실상 특수 직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마찬가지고, 그들은 끊임없이 직업윤리와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슈퍼맨이 날아다니고 배트맨이 배트카를 몰고 다니는데도 시종일관 사람의 목을 죄는 스릴러. 심지어 이 작품의 국내 판권은 (전두환의 아들이 오너인) 시공사가 갖고 있다. 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윤리적인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슈퍼히어로의 고뇌’를 이렇게 대리체험하게 만드는 작품은 흔치 않다.

의 빈자리
MBC 는 프로그램 전체를 상황극으로 진행한다. Mnet 이나 도 주어진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한다는 점에서 상황극의 요소가 담겨있다. 케이블에서 지상파로 옮긴 의 첫 번째 아이템 ‘무걸 출판사’도 상황극이었다. 그리고, ‘무걸 출판사’는 MBC 의 ‘무한상사’에서 비롯됐다. 콩트에 실제 상황을 반영하는 애드리브가 섞이는 것은 과거부터 있었다. 하지만 콩트의 틀 안에 캐릭터들의 실제 상황을 반영, 현실과 설정이 뒤섞이는 장르로 정립한 건 이었다. 은 방송되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이 영감을 준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낸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말이 처음 쓰이던 그 시절부터 상황극이 장르가 되기 시작한 지금까지. 그리고, 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부터 쌓아온 캐릭터를 바탕으로 ‘짝꿍’이나 ‘무한상사’처럼 서로의 묵히고 묵힌 실제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극을 만들 수 있었다. 상황극을 활용하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보다 이 방송되길 바라는 편이 빠를 것 같긴 하다.

글. 강명석 기자 two@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