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출연할 때는 늘 ‘이번 주에는 떨어지겠지’하고 생각하는데 계속 살아남아서 매주 당황했었어요. 그래서 가족들한테도 우승하기 전까지는 말을 못했죠. 집안 분위기가 워낙 조용하고 보수적인데다가 저 역시 십대시절까지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아무도 내가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냥 대학 졸업하고 좋은 직장 구해서 결혼하고…… 그럴 줄 알았겠죠. 막상 모델이 되고 나서는 비교적 빨리 적응을 했어요. 방송을 하면서 이미 촬영 분위기나 업계 사람들에 조금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학교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모델 일 때문에 학교에서 곤란했던 적도 있었지만 정말 그 일을 사랑해요. 공익근무요원 신분일 때, 얼마나 일이 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특히 쇼를 하기 직전, 런웨이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도 가능하면 쇼에는 꾸준히 서고 싶어요.”



“처음에 오디션을 볼 때 제가 지원한 역할은 김영광 씨가 연기한 한승우였어요. 그런데 연락이 와서 결과가 좋은데, 다른 역할을 제안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너무 배역이 절실하던 때라서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일단 받아들였는데, 워낙 제 성격과 다른 인물을 만들어내야 하다 보니까 혼자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렇게 다른 성격인데도 제가 캐스팅된 건, 아무래도 여민승이 극 중에서 막내다 보니까 제 얼굴이 적합하다고 생각을 하셨나 봐요. 그리고 오디션을 볼 때 에서 박용우 선배님이 의사와 상담하는 장면을 보여 드려야 했는데, 제가 좀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연기를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대부분 심각한 상황으로 해석을 했는데, 저는 좀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저의 짓궂은 면을 찾아내신 게 아닐까요.”



“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벌써 전 이십대에 두 번의 기회를 써 버렸다고 생각하면 조금 아득하기도 해요. 하하. 하지만 두 번째 기회를 길게 길게 잘 쓰면 되는 거죠. 지금의 저는 배우가 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딱히 제가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분들을 실제로 보면 아직도 막 놀라고 가서 팬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매니저 실장님께 가끔 핀잔을 듣기도 해요. 아직은 다른 걸 꿈꿀 겨를이 없는데,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어서 여유가 있고, 작품도 많이 하고 그러면, 마음 놓고 살 쪄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어려서부터 워낙 말랐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고, 잘 먹고 잘 크고 있는데도 늘 생활기록부에 영양실조라고 쓰여 있어서 부모님이 마음 아파 하셨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는 푸근한 인상의 중년이 되고 싶어요. 근데, 그것도 마음대로 잘 안되는 일이겠죠.”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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