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수목 KBS 밤 9시 55분
의 세계에서 결핍은 공평하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열쇠다. 진동수(오만석)와 고재효(이희준)가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 것은 같은 것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것을 갖지 못한 덕분이다. 그리고 이들이 반복해서 말하던 “야구를 그만두는 것의 의미”가 다만 야구라는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고 절실한 무엇으로 해석될 때,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그 이해의 장으로 포섭한다. 잘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운수가 따라주지 않았던 이들은 결국 운명으로부터 실연을 당한 셈이며, 그런 사람들에게 “하면 된다”는 식의 격려는 무책임할 뿐이다. 정신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감동의 테마에 경도되기 십상인 스포츠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섣불리 허황된 판타지에 매몰되지 않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한편으로 냉정하다. 마운드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맛볼 수 없는 사람들은 덕아웃에서, 관중석에서 슬쩍 등 뒤로 서로의 손을 잡지만 그것으로 빛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온기가 밝음을 담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드라마의 이러한 태도는 로맨스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강종희(제시카)와의 관계에서 박무열(이동욱)은 확신을 갖지 못하며, 유은재(이시영)는 그런 박무열로부터 자신을 향한 어떤 긍정의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선택을 고려하거나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애쓰기는커녕 자신들의 답답한 상태를 그저 운명이라고 말한다. 결국 가 말하는 운명이란 마주 보고 손을 맞잡는 합일의 결과가 아니라 끝내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는 결심이다. 그리고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택을 확신하기 위해 사용된 운명론은 이 냉정한 드라마가 보는 이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힘이다. 눈은 부릅뜨되, 주먹은 불끈 쥔다. 도달할 수 있으니까 가는 것이 아니라, 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 가는 것이다. 박무열과 유은재의 다음 장면에 극적인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지금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운명을 선택한 바보들의 이해와 동지애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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