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요계가 송년회 준비를 마쳤다. 지난 11월 24일 일본테레비가 를 개최한 것에 이어 12월 7일 후지TV가 를 열었다. 12월 30일에는 일본 최고 권위의 음악상 이 TBS 주최로 열리며, 201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는 일본의 대표 연말 가요 프로그램 이 방송된다. 의 출연자 명단은 11월 30일 발표됐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칸 나오토 전 총리의 사임, 얼어붙은 내수 시장과 꺾일 줄 모르는 엔고 현상 등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던 일본은 올해 과연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그리고 어떤 가수에 환호했을까. 새해를 한 달 여 남겨두고 2011년 일본의 가요계를 정리해봤다.
11월 30일 발표된 출연자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녀시대, 카라 그리고 동방신기의 이름이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한국세(勢) 홍백 출전 결정’, ‘홍백도 K-POP 열기’ 등의 타이틀로 세 팀의 출연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미 2회 출연 경험이 있는 동방신기를 비롯, BoA 그리고 더 위로 올라가면 김연자, 조용필 등 에 출연한 한국 스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K-POP의 열기와 함께 몇 팀이나 NHK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됐다. 게다가 2010년 각각 ‘미스터’와 ‘Genie’로 인기를 끌었던 카라와 소녀시대는 그해 출연에 실패했다. NHK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한 발 차이였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모자랐던 그 한 발을 올해 달성한 셈이다. K-POP과 여자 아이돌 붐으로 기록될 2011년
2011년 일본 가요계는 K-POP 돌풍과 여자 아이돌 붐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1년 일본 가요계에서 K-POP은 단연 화두다. 일본의 문화 잡지 의 마미야 쇼코는 올해 J-POP 시장을 정리하면서 “2011년은 K-POP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썼다. 분열 소동 이후 2인조로 재개한 동방신기의 성공적인 복귀, 카라, 소녀시대의 성공, 티아라, 샤이니를 비롯 후발 주자들의 안정적인 데뷔는 이제 K-POP을 하나의 장르로 안착시켰다. 소녀시대의 첫 번째 일본 앨범 은 출하량이 80만 장을 넘었으며, 카라는 싱글 와 앨범 로 싱글과 앨범 오리콘 차트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여자 가수가 됐다. 이는 해외 여성그룹으로는 1981년 영국의 자매 그룹 놀란스 이후다. 장근석의 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 , 막걸리 CM으로 돌풍을 일으킨 장근석은 첫 싱글 가 오리콘 주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는 FT Island, 샤이니 등과 함께 마지막까지 후보로 남았으며, 선정 ‘2011 HIT 50’에서 9위에 선정됐다. 이 순위는 TV,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문화 전체를 총괄한 리스트다. K-POP과 함께 2011년 일본 가요계에서 가장 거센 바람을 일으킨 것은 AKB48를 선두로 한 여성 아이돌 그룹들이다. SKE48, SDN48, NMB48 등 영화감독이자, 방송작가, 그리고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가 기획한 일련의 여자 아이돌 그룹들은 1980년대 이후 또 한 번의 여자 아이돌 전성시대를 가져왔다. 오타쿠 문화와 J-POP이 결합한 그룹의 콘셉트는 다소 침체됐던 일본 음반 시장을 자극했다. AKB48는 올해 발매한 싱글 중 네 장이 판매량 100만 장을 넘겼으며, 앨범 은 80만장 넘게 팔렸다. 각각 나고야, 오사카를 중심으로 탄생한 SKE48, NMB48도 지역을 넘어 폭 넓은 인기를 누렸다. 이 기운을 타고 아이돌링!!!, 모모이로크로버즈 등의 여자 아이돌 그룹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쟈니즈 일색에 가깝던 일본 가요계에 K-POP과 소위 집단형이라 불리는 ‘신 유형의 여자 아이돌 그룹’은 새로운 바람이었다.여자 솔로의 세대교체와 주목해야할 변화들
여자 솔로 가수로 활약을 보인 것은 니시노 카나(왼쪽)와 JUJU는 일종의 세대 교체를 보여준다.
여자 아이돌 그룹을 AKB48가 이끌었다면 여자 솔로 가수로 활약을 보인 것은 니시노 카나다. 2008년 싱글 로 데뷔해 젊은 여자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한 발라드로 인기를 끈 니시노 카나는 ‘만나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Best Friend’ 등의 곡으로 휴대폰 다운로드 순위에서 상위를 지켰다. JUJU의 선전도 돋보인다. 20대 여성의 사랑과 속마음을 감성적인 노랫말로 써낸 그녀의 노래는 10대부터 30대까지 일본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올해 발매된 앨범 는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니시노 카나와 JUJU의 활약은 코다 쿠미의 부진, 올해 결혼식을 올린 하마사키 아유미의 휴식과 맞물려 여성 솔로 가수의 바통 터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일본레코드 대상’을 수상한 EXILE의 상대적인 부진, 쟈니즈의 지각변동, 그리고 일면 the Brilliant Green을 연상시키는 혼성 3인조 그룹 이키모노가카리의 향후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키모노가카리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에 출연한다. 2012년 일본은 어떤 노래를 부를까. 그리고 어떤 가수에 환호할까. 그 힌트는 당연하게도 2011년 어딘가에 숨어있다. 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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