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과 ‘마초’. tvN 의 김바울은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은 두 단어의 만남을 쉽게 납득시킨다. ‘내 백합’ 윤소이(호수)가 “차치수(정일우)는 내 왼손, 바울이 너는 오른손”이라 말하면 “그래도 윤소이는 오른손잡이니까”라며 천진하게 좋아하고, 재벌 2세 차치수에게 “지금 당장은 내가 너보다 가진 게 없지만, 몇십 년 후에는 너를 넘어설 거”라 치기를 부려도 답답하기보다는 마냥 사랑스럽다. 그건 아마 복슬복슬한 곱슬머리와 웃을 때 깊게 패는 보조개, 더불어 보통의 열아홉 남자애가 흔히 품을 법한 철없음과 순정, 호기심, 치기 같은 감정들이 시시때때로 담기는 까만 눈 때문일 것이다. 올해로 스물넷, 를 통해 처음 인사를 건넨 박민우도 열아홉 김바울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 역시 박지성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관한 애정을 “아….. 이야기가 길어지는데”라는 말 뒤로 와르르 쏟아놓는가 하면, “저도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인’에 꼭 포함됐으면 좋겠어요”라 말하고 그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은 없다는 듯 그 까만 눈을 반짝이며 싱긋 웃는, 가장 보통의 남자애다.

“제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부터 두근두근해요”

4년 전, 배우의 꿈을 품고 대전에서 서울로 상경한 그에게 누군가 “지방에서 왔으니까 땟물이나 빼라고” 해서 시작한 모델 일은, 런웨이와 카메라 앞에서 느껴야 했던 부담감 때문에 서둘러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이후 뒤늦게 만난 의 카메라 앞에서 박민우는 “부담이 없는 거 있잖아요. 틀려도 좋고, 맞으면 더 좋고”라 말하며 보조개를 띄운 채 웃는다. 연극영화과 입학 실기 시험 당시 무작정 힘이 들어가 있던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덤덤한 대사라고 생각해서 덤덤하게 읽고, ‘대한민국 만세’ 세 번 외치라고 해서 외치고” 합격했을 만큼 본능적인 감 때문일 수도, “연기는 숨”이라는 스승의 말을 늘 품고 있는 기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출발이 늦었을지언정 스물넷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꿈꿔보기에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물넷에 비로소 배우가 된 남자애에게 스스로 마음에 드는 연기는 아직 한 장면도 없지만, “‘진정성 있게 연기를 해야겠다’라고 마음먹는 건 좀 괜찮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건강한 호기가 있고 “제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부터 두근두근해요”라고 말하는 풋풋한 설렘이 있다. 성장판이 닫히기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My name is 박민우. 민첩할 민(敏)에 비 우(雨)를 쓴다. 사실 ‘우’는 돌림잔데, 혼자서는 ‘민첩한 비’니까 소나기, 그래서 여름마다 찾아오는 소나기처럼 ‘때가 되면 찾아와서 계속 기억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
1988년 3월 22일에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 네 살 많은 누나가 있다.
누나랑 매형이 내 연기에 대해서 지적을 제일 많이 한다. “잘 보고 있어. 그런데 발음이 조금 안 들리는 것 같아.” 그러면 나는 “네, 매형. 변명 안 할게요. 좀 더 신경 써야죠. (이를 꽉 깨물며) 알았어요. 끊어요!” 하하.
휴대폰에 어머니는 ‘금잔디’로, 아부지는 털이 살짝 북슬북슬 하셔서 ‘울버린’으로 저장해놨다.
아부지를 닮아서 키가 크다. 지금 188cm인데, 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성장판 검사를 해보고 미리 알았다. 의사 샘이 “188까지 큽니다.” 그러는 거다. 진짜 더는 안 컸으면 좋겠다. 아아….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지금 봐도 와….. 정말 촌스러웠다. 여드름도 되게 많았고, 허벅지도 이~만했고 옆구리에 살도 막 있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피부과에 거의 다 쓰고, 그때부터 나 자신을 더 사랑했다. 니가 지금은 좀 아니지만, 그래도 예뻐질 수 있어! 이렇게. 으하하.
라면을 정말 좋아했는데 서울에 온 후로 몇 년간 한 박스도 채 안 먹었다. 과자랑 탄산음료, 라면이 다이어트랑 피부에 안 좋다고 해서. 뭘 먹어도 찌는 체질이라 좀 힘들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카페, 레스토랑, 실내 포장마차 등등. 레스토랑이 제일 편하긴 한데, 꼭 주방과 홀의 갈등이 있다. 서빙하는 형들도 괜히 “야, 뒤로 와봐” 이러고. 그럴 때 보면 다들 담배는 꼭 하나 물고, 두르고 있던 앞치마는 살짝 풀더라. 하핫.
기억은 안 나지만 좀 영악한 아이였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가게를 하셨는데 손님이 아기를 데리고 오면 꼬집고 엄마한테 와서 “나 만 원 줘!” 이런 식으로. 아기가 우니까 안 줄 수가 없는 거지. 헤헤.
지금은 주위에서 “넌 곰인데 여우인 척을 하고 싶어 하는 거야”라고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수가 이렇게 한 발 뒤에서 보면 다~ 보인단다. 하하하. 그래도 그냥 한다. 보이면 보이는구나, 하고.
어릴 때 꿈은 축구선수였다. 요즘에도 경기 있는 시즌에는 무조건 다 챙겨본다. 보통 경기는 새벽 1, 2시에 하니까 새벽 5시에 촬영이 있으면 그전에 자고 아주 일찍 일어나서 경기를 본 다음, 촬영장 가는 차 안에서 잔다. 아하하.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박지성 선수다. 뭐, 모든 축구인의 꿈이니까. 흐흐. 그리고 류현진 선수도. 한화는 대전의 희망이니까! 최근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 리그로 가기 전에 한화를 꼭 한 번 우승시킨다고, 그게 내년이라고 이야기한 인터뷰를 봤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나는 류현진 선수를 믿어!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해보고 싶다. MBC 에서 김남길 선배님이 한 것처럼. 원래도 디스커버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걸 좋아한다. 베트남 아래쪽에 아마존만큼 개발이 안 된 라오스라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음…. 라오스에 대해서는 아직 안 나온 것 같은데… 하하하.
가 끝나면 매니저 형이랑 같이 격투기를 배우기로 했다. 언젠가는 액션 연기를 할 기회도 있을 거니까, 미리미리 배워놔야지. 물론 UFC를 보는 것도, 김동현 선수도 좋아하지만 시간을 맞춰서 보는 건 역시 축구뿐이다.
에서 조쉬 하트넷이 맡은 역할처럼 진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 일, 명예, 돈, 사랑이 있으면 고민도 하지 않고 사랑을 선택하는 남자. 한 여자 때문에 받은 상처를 오직 그녀로 회복하기 위해 끈질기게 다시 돌아가려는 남자.
내가 실제로 바라는 것도 ‘사랑하는데 못할 게 뭐가 있나’ 이런 거긴 한데, 휴……… 있기나 했으면 좋겠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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