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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는 없지만 몸 개그는 많다. 감동까진 몰라도 웃음만큼은 보장한다. ‘신개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tvN 는 쉽게 말하면 코미디 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합집합이다. ‘조용한 도서관’, ‘즐거운 인생’ 그리고 ‘더 폰’이라는 세 코너로 구성된 는 ‘늦은 밤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고 편하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기획의도에 맞게 원초적인 웃음을 유발한다.
게임과 콩트가 중심이 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토크와 진행에 특화된 사람보다 오히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 적격이다. 그런 면에서 SBS 의 수많은 콩트에서 ‘변태 할머니’라는 독보적 캐릭터를 구축한 신동엽을 비롯해 남희석, 지상렬, 김종민 그리고 “기분 나쁘면 표정관리 못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나선 김성주는 상당히 적절한 조합으로 보인다. 또한, MBC 처럼 획기적인 메시지를 던지지 않아도, KBS ‘1박 2일’ 같은 감동을 선사하지 않아도 는 콩트와 상황극만으로 그냥 ‘골 때리게’ 웃기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똑같은 강도의 웃음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센 벌칙과 더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고, 이는 곧 가학성 논란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장시간의 토크 혹은 야생 버라이어티로 가득한 방송계에서 짧고 굵은 ‘옴니버스 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작진들의 꾸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는 오는 27일 밤 11시, tvN에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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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신동엽이 말했다. “방송 20년 만에 이런 코너는 처음”이라고. 엄숙한 도서관에서 벌칙카드를 고른 한 사람이 각종 벌칙을 수행하는 형식이다. 이 코너의 핵심이자 위험요소는 바로 벌칙이다. 가벼운 꿀밤 때리기로 시작해 뜨거운 티백을 뺨에 올리거나 발가락 사이에 낀 휴지조각에 불을 붙이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 못한 잔인한 벌칙들이 등장하는데, 앞으로도 벌칙 수위 조절은 필수적이다. 한 번이야 재밌겠지만, 두 번은 불편하고 세 번은 끔찍해질 수도 있다. 일본에서 수입한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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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백발의 할머니가 “야, 강남에서 간지 좔좔 흐르는 영감한테 명품백 득템했어. 오늘은 압구정에 뜨자”고 전화통화를 하고, 어떤 할아버지는 전동 휠체어에 ‘애인 구함’이라는 팻말을 매달고 질주한다. ‘즐거운 인생’은 한 마디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노인들의 몰래 카메라다. 신조어를 남발하고 방탕한 인생을 즐기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어르신들의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는 젊은이들의 반응은 상당히 신선한 풍경이다. 벨기에 원작 포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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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MC가 연예인 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황당한 장난전화를 거는 코너. 소재야 무궁무진하겠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놀이라 금방 지루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첫 회에서는 남희석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출연료 3억짜리 술 광고를 찍게 됐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가 개그맨으로 데뷔할 때부터 “술 광고는 절대 안 된다”는 지론을 펼쳤던 어머니는 과연 3억이라는 액수와 사은품으로 따라오는 소주 두 트럭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진제공. tvN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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