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극은 살아 있는 역사와 함께하는 자리다.” 일흔일곱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순재와 1960~70년대 연극의 메카였던 명동예술극장(구. 명동국립극장)의 만남. 출연하는 배우들이 연신 ‘영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 있는 위치 어디에서건 자신이 가진 에너지 모두를 쏟아내는 이순재가 2008년 에 이어 2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른다.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돈키호테 역을 맡은 이순재와 한명구, 연출가 양정웅을 비롯해 연극 를 이끌어갈 배우와 스태프가 소개되었다.

‘인류의 성서’로 칭송받는 미겔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 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성과 다의성으로 그동안 영화, 뮤지컬, 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해석되며 400여 년의 세월을 살았다. 행동하는 인간 돈키호테는 “소년처럼 단순하지만 정립한 가치관에 있어서는 절대 변하지 않는 인물”로 정의와 약자를 위해 바보스러우리만큼 모든 걸 바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특히 이번 연극 는 “최근엔 잘 공연되지 않았지만 가장 원작에 가까운”(연출가 양정웅) 빅토리앵 사르두의 희곡으로 진행된다. 그의 희곡에는 소설 속 소설로 삽입된 젊은 네 남녀의 야이기가 등장한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전통을 고스란히 따르고, 연극 과 같이 돈키호테가 모험 중에 만난 사각관계에 빠진 네 남녀의 소동을 그려낼 예정이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라는 돈키호테의 대사처럼 세상 밖으로 향해 나아가는 돈키호테의 모습으로 엔딩이 바뀌었다. 특히 연극임에도 음악과 무용이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더 경쾌한 느낌의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 중심 이순재

돈키호테 역에는 이순재와 한명구가 더블캐스팅 되었다. “더 힘 빠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면 연극하기 힘들 것 같아” 77살의 최고령 돈키호테가 된 이순재는 역시 이 작품의 중심이다. “젊은 배우 중 따라갈 자가 없는” 몸의 움직임과 여전히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노배우의 모습은 젊은 배우들에게 귀감이 되고, 고스란히 관객에게도 전달될 예정이다. 또한 돈키호테의 충직한 신하 산초 역에는 “저잣거리 인물을 맡은 적도 별로 없고 주로 많이 갖고, 많이 배운 자를 연기해온” 박용수가 맡아 눈길을 끈다. “모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외피 말고도 욕구들이 있다. 내 속에도 장난치고 싶고, 어리광부리고, 오두방정을 떨고 싶은 욕구가 부글부글했다”라 말하는 그의 산초는 어떻게 그려질까. 이 외에도 여관주인 오티즈 역에는 정규수, 젊은 네 남녀 카르데니오, 루신다, 돈 페르난도, 도로시아에는 각각 김영민, 김리나, 한윤춘, 김양지가 캐스팅되었다. 오는 12월 10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연극 전문 공연장인 명동예술극장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꾼 늙은 기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명동예술극장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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