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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연 창문 밖에서 고양이가 기지개를 편다. 우연히 튼 TV 채널의 별 자리 운세가 오늘의 행운을 예고한다. 동네를 돌고 돌아 집 앞 창밖에, 하늘을 돌고 돌아 행운의 자리에. 확률로는 따지기도 힘든 이 작은 기적이 일상에 기분 좋은 미소를 준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행복한 알람이랄까. NHK 교육방송의 아침, 밤 프로그램 와 가 추구하는 이상도 이거다. 아침엔 졸음을 상쾌히 날려버릴 기운을, 밤에는 하루에 쌓인 피로를 녹여줄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 가 최근 화제다.
정식 명칭 는 NHK 교육방송이 개국 51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2010년 3월 29일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목요일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오전 6시55분과 밤 11시55분 각각 5분씩 일상의 사소한 풍경이나 에피소드를 전한다. ‘OO가 O시를 알립니다’의 확장 버전에 다름없지만, 는 관공서 알림과 같은 무미건조한 공지대신 부드러운 인사말을 보낸다. 아침엔 ‘개인의 나에서 사회의 나’를, 밤엔 ‘사회의 나에서 개인의 나’를 콘셉트로 시청자의 일상을 응원한다.
TV가 선사하는 5분 동안의 작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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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머리와 마음의 준비체조’를 하고,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뜨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 온 이웃집 고양이 사진을 보며 ‘고양이의 노래’도 듣는다. 매달 바뀌는 ‘굿모닝 송’으로는 핸드폰, 지갑, 수첩 등 잊어버린 물건이 없는지를 체크하기도 한다. 밤에는 이불 속에 누워 한 숨 돌릴 영상들이 기다린다. ‘오늘의 토픽’으로 하루의 뉴스를 돌아보고, ‘굿나잇 송’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11월 셋째 주 현재 아침엔 아오이 유가 출연한 ‘힘내, 일주일’이, 밤엔 Peggy Lee의 노래를 BGM으로 한 ‘factory of dream-꿈을 만드는 공장’이 흐르고 있다.
기적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사소한 행복은 둔감하게 살아선 맛볼 수 없다. 단 5분의 프로그램임에도 가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건 작은 행복을 희망하는 모두의 바람을 이 프로그램이 포착해 보여주기 때문일 거다. NHK 교육방송은 프로그램 인기에 힘입어 7월 19일 ‘걸작선’을 방영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5분, 그리고 밤에 자기 전 5분. 나의 일상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바라보고 위로해주는 이 프로그램이 바로 TV의 행복이 아닐까.
글. 도쿄=정재혁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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