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와 삼단논법
지난 9월 29일, 한 일간지에는 국가와 자녀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과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 연합 명의로 “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라는 표제의 광고가 실렸다. 드라마와 성 정체성, 방송사 책임론의 관계는 일견 논리의 지나친 비약으로 보이나 결코 그렇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립한 대표적 이론인 삼단논법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 (대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소전제)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결론)”로 구성된다. 이를 한번 적용해 보자. “인간은 모두 드라마대로 된다. (대전제) 본 내 아들은 인간이다. (소전제) 따라서 내 아들은 게이된다. (결론)” 물론 이토록 복잡하면서도 견고한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두 개 이상의 삼단논법을 결합시켜 “게이는 모두 에이즈에 걸린다. (대전제) 내 아들은 게이다. (소전제) 따라서 내 아들은 죽는다. (결론)”는 완벽한 논리를 구축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게이는 모두 에이즈에 걸린다”는 대전제에 ±50%의 오차가 있다는 동성애 옹호적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동성애가 보편적 성윤리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고 ‘게이’된 아들이 에이즈로 죽기 전에 이성애 드라마를 보여줌으로써 이성애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치료법 또한 성립한다. 그러나 SBS 보고 ‘타짜’ 되거나 MBC 보고 ‘복수기계’ 되거나 SBS 보고 ‘짐승’ 되는 데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심지어 SBS 보고 ‘대물’ 대신 ‘대통령’ 돼도 책임지지 않는다. 말세다.
양배추 김치와 변증법
지난 9월 30일,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주방장에게 “배추가 비싸니 내 식탁에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는 영부인 김윤옥 씨가 최근 마트에 갔을 때 배추 1포기에 1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폭등에 대한 우려를 전하면서라고 한다. 그러나 양배추 역시 1통에 1만원 안팎을 호가할 만큼 값이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는 마리 앙투와네트의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발언 설 못지않은 비난을 받으며 대통령에게 ‘명투와네트’ 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그러나 헤겔의 변증법에 의하면 세계는 모순에 차 있고 모순은 더 높은 단계에서 통일되어 해결되는 것으로 세계는 이러한 모순과 통일(정·반·합)을 되풀이하며 발전해나간다. 즉 “등록금이 비싸다. (정) 장학금을 받아라. (반) 등록금 걱정 끝! (합)”, “취업이 어렵다. (정) 눈을 낮춰라. (반) 취업 걱정 끝! (합)”, “재래시장이 어렵다. (정) 인터넷으로 팔아라. (반) 경기 걱정 끝! (합)”, “수해 피해가 크다. (정) 기왕 당한 거 마음 편히 먹어라. (반) 수재민 걱정 끝! (합)” 등 대통령이 그간 제시해 온 명쾌한 철학적 해법은 “배추가 비싸다. (정) 양배추를 먹어라. (반) 반찬 걱정 끝! (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림부 차관의 “배추가 부족하면 한 포기 덜 담그길”이나 여당 원내대표의 “김치 같은 건 보름만 참아주길” 등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안 역시 최고 지도자의 솔루션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양배추 김치’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물가를 잘 모르고 엉뚱한 말을 했다는 건데, 설혹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렇게까지 해석하고 논란으로 볼 일인지는 의문”이라는 SBS 뉴스 앵커 멘트 역시 늘 그랬듯 그렇고 그런 것일 뿐이니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지는 의문이다. 그렇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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