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주원보다 ‘구마준’이 더 익숙하다. “세 가지가 있어요. 마준이, 태조, 그리고 제가 탁구를 부를 때 쓰는 ‘그지 새끼’. (웃음)” 당연한 일이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이 스물넷의 신인배우가 KBS 의 주연으로 캐스팅 될 줄, 그리고 역시 신인인 윤시윤이 주인공 김탁구 역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어간 이 작품이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히트작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무 이유 없이 당당해지라’라는 말을 되새기며

그러나 어쩌면 처음부터 주원은 구마준과의 만남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이였는지도 모른다. “시놉시스와 대본을 맨 처음 봤을 때 ‘악역도 악역이 아니다’라고 느꼈어요. 서인숙(전인화 분)과 한승재(정성모 분)는 이렇게 불쌍한데 악역이라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마준이 얘기 역시 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싶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욕망으로 망가져 가는 어머니, 자신에게 멀기만 한 아버지, 마음을 주지 않는 연인 때문에 고립되고 비뚤어진 나머지 탁구를 괴롭히고 함정에 빠뜨리는 마준의 캐릭터는 첫 드라마 도전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강은경 작가의 “할 수 있겠어?”라는 물음에 그는 주저 없이 “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새로운 게 닥쳤을 때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잘 되든 안 되든 어차피 부딪혀야 되는 거니까. 머리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자신감이 없어지면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되잖아요.” 배우 문소리가 방송에서 말한 ‘아무 이유 없이 당당해지라’는 말에 공감해 휴대폰 바탕화면에 그 문구를 적어놓고 잊지 않으려 애썼다던 주원이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당찬 성격이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생 시절, 남보다 훨씬 커다란 키에도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그를 걱정한 부모님이 연극반 가입을 권유했고 의 엉뚱한 경찰 역을 맡아 처음 축제 무대에 서던 날 주원은 진로를 결정했다. “제가 그냥 말할 땐 한 명도 안 웃던 애들이, 대사를 하니까 웃는 거예요. 아, 이게 재밌나보다. 그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 거죠.” “20대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대학에 들어가 뮤지컬을 시작하고, 지난 해 에서 김무열의 뒤를 이어 멜키어 역을 따내기까지 주원을 움직인 것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었다. 배역을 따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김무열의 공연을 80여 회나 챙겨 보며 모니터링을 했다. “무열이 형이 이렇게 했는데 이건 괜찮은 것 같다. 나도 한 번 생각해보자. 저건 좀 다르게 해 보자. 그런 내용을 매일 노트에 적어놓고 집에 가서 연습했어요. 그 때 또 느꼈죠. 아, 재밌어! (웃음)” 심드렁한 듯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처음 적응하는 드라마 시스템의 어려움도, 지방 합숙과 밤샘이 이어진 촬영 현장에 대해서도 “진짜 재미있었어요!”라는 고백으로 시작하고 마는 낙천적인 성격은 사실 구마준보다 김탁구에 가까워 보인다. “마준이를 연기하고 있으니까 내 안에서 캐릭터를 최대한 정당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가끔 얘가 너무 유치하게 굴 때가 있는 거예요. 나쁜 짓 저질러놓고 ‘탁구가 그랬습니다’ 하고 이를 땐 그렇게 말하는 제 자신이 슬펐어요. (웃음) 속으로 ‘마준아, 이건 아닌 거 같다’와 ‘하지만 그럴 수도 있어’ 사이에서 막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실제 마준이도 그랬겠죠?”

그래서 대본을 파악할 때도, 캐릭터를 연구할 때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도 꾸밈없고 직관적인 태도가 가장 인상적인 주원이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인물로 “정해 놓진 않았지만 20대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지목한 것은 그가 누구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에 겁먹지 않고 보이지 않는 미래 또한 계산하지 않고 앞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젊음은 스트레이트, 청춘은 역시 직구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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