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뭐하느라 안 보였던 거야?
여름 끝날 무렵인데 나도 좀 쉬어야지. 잠깐 바람 좀 쐬러 아래 지방으로 다녀왔어.

바람 정도가 아니지 않아? 태풍 왔었잖아.
사실 내가 있던 곳은 그렇게 태풍 피해가 심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인터넷을 안 해서 잘 몰랐는데 서울은 엄청났다며? 곤파스인지 물파스인지. 그거랑 꼽등이? 그 두 가지가 최고 화두가 됐더구먼.

ㅇㅏㅋ! 꼽등이 싫어!
실제로 본 적 있어? 본 적은 없는데 사진 보니까 정말 오싹 하던데? 너무 커. 게다가 잘 죽지도 않고 점프력도 엄청나다며. 살충제를 뿌리면 거의 뿌린 사람을 향해 1m 정도 점프해서 덤빈다던데?
그게 덤비는 건지 아니면 걔도 겁나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꼽등이의 점프력에 대해서는 다들 많이 겁내는 거 같더라. 꼽등이 크기가 보통 5㎝ 정도라는데 뉴스 보면 한 50㎝씩 뛰나 보더라고. 우리나라 보통 남자애들 제자리 점프가 보통 50㎝, 농구나 배구 선수 제자리 점프가 75㎝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거지.

거봐, 이건 신종 괴물 같은 거라고.
그건 좀 아니고. 물론 나도 갑자기 내 방 한구석에서 꼽등이가 펄쩍 뛰어오르면 그 높이만큼 펄쩍 뛰어오를지 모르지만 꼽등이의 점프력은 곤충 중에서 특별히 대단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꼽등이의 경우 메뚜기목 꼽등이과에 속하는데 사촌격인 메뚜기보다 특별히 높이 뛰는 건 아니야. 아까 말한 기준으로 보면 꼽등이가 자기 몸길이의 10배 높이 정도를 뛰는 건데, 메뚜기의 경우 20배 정도 뛰어오른다고 하니까. 물론 그 키라는 게 우리가 말하는 몸길이인지 아니면 지면에서부터 잰 건지는 모르니 메뚜기가 꼽등이보다 2배 더 뛴다고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꼽등이의 점프력은 우리의 기준으로서는 대단하되, 곤충의 세계에서도 대단한 건지는 모르겠어. 만약 자기 키 기준으로 높이뛰기 올림픽을 한다고 해도 메달권에 들지는 자신할 수 없을 걸?


그럼 또 어떤 곤충이 있는데?
너도 알지 않아? 벼룩. 벼룩은 3㎜ 크기인데 30㎝를 뛰어오르잖아. 자기 몸의 100배를 뛰는 거지. 인간으로 치면 170m 정도를 뛰어오르는 거고. 아, 맞다, 벼룩. 나도 어릴 적에 백과사전에서 본 거 같아. 그러면 벼룩이 금메달인가?
아니. 나도 이번에 조사해보기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는데 6㎜의 거품벌레가 70㎝를 뛰어오르는 게 관찰됐다고 하더라고. 100배를 넘는 수치니까 현재로선 거품벌레가 챔피언이 아닐까 싶어. 즉 금메달 거품벌레, 은메달 벼룩, 동메달은 글쎄… 메뚜기목의 어떤 곤충이려나? 하지만 이건 앞서 말한 것처럼 자기 몸길이에 비례한 점프 능력에 대한 비교인 거니까 어떤 면에서는 엄정한 평가라 보기는 어렵겠다.

엄정한 평가라면 어떤 건데?
그러니까 이런 거야. 우리가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대결을 펼칠 때, 160㎝짜리 선수가 2m 30㎝를 뛰고, 180㎝짜리 선수가 2m 31㎝를 뛰었을 때, 키에 상관없이 후자가 더 높이 뛰었다고 말하잖아. 물론 어떤 종목들에 있어 신장과 체중 같은 신체적 차이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래서 복싱을 비롯한 수많은 격투 종목은 다 체급을 분류해서 순위를 매겨. 그래서 만약 모두가 동일 체급일 때 최강자가 누구일 것이냐는 P4P 순위라는 걸 따로 매기는 거고. 만약 그렇게 점프력의 P4P 순위를 따지면 당연히 거품벌레와 벼룩이 최고를 다투겠지. 하지만 보통 높이뛰기 같은 기록경기는 그냥 기록의 절대치를 따지기 때문에 따로 체급을 나누지 않아. 그런 기준이라면 30㎝를 뛰는 벼룩은 오히려 50㎝를 뛰는 꼽등이나 인간보다도 기록이 못하다고 할 수 있지.

그럼 그런 식으로 따지면 누가 진짜 금메달인 건데?
기록의 절대치로만 따지면 적어도 지구상에서는 제자리에서 8m 이상을 뛴다는 클립스프링거가 최고라고 알고 있어. 인간이 벼룩의 점프력을 가지고 있으면 100m 이상을 뛴다고 하지만 그건 가정일 뿐, 실제로 그런 대단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정말 살아있는 동물이 8m를 뛰어오르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지 않겠어? 제자리 점프가 1m 살짝 넘을 정도던 마이클 조던이 에어 조던이라 불린 걸 떠올려봐. 그리고 두 번째인 퓨마는 5m 정도? 1위와는 차이가 있지만 이것도 대단하지. 그리고 3위는 동물 다큐멘터리 단골손님인 임팔라라고 하더라. 이렇게 조금 생소한 이름의 동물 외에 우리가 잘 아는 호랑이 같은 동물의 점프력도 엄청나. 사실 꼽등이의 점프가 아무리 무서워도 달려오면서 몇 미터씩 뛰어오르는 호랑이만 하겠니.

하지만 호랑이를 내 방 안에서 볼 확률보다는 꼽등이를 만날 확률이 훨씬 높잖아.
그렇게 꼽등이가 펄쩍 뛰는 게 무서우면…

무서우면?
그 녀석이 뛸 때마다 더 높이 뛰어오르는 거야. 그러면 녀석이 네 얼굴이나 상체를 노리고 뛰어올라도 결국 네 몸엔 털끝 하나 손대지 못할 거야.

그걸 솔루션이라고 제시하는 거냐? 그리고 꼽등이랑 남자애들 평균 제자리 점프가 50㎝로 거의 비슷하다며. 그러면 나는 그보다 못할 텐데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한 거 아니야?
떽! 불가능이라는 말은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벼룩과 거품벌레의 점프력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구조단백질인 레실린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하니 그걸 네 몸에 이식하면 꼽등이를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착지하다가 뼈가 다 으스러질지도 모르지만… 야!
아, 그래그래. 그건 ‘10관왕’ 정신에 위배되는 반칙이지. 그런 반칙을 하지 않아도 하체 근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하면 점프력을 키울 수 있어. 꼽등이나 메뚜기의 점프 역시 뒷다리의 근육이 엄청 크고 힘이 세기에 가능한 거거든.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의 맨몸 스쿼트가 가장 기본적인 거고, 조금씩 바벨을 이용한 바벨 스쿼트로 근력을 늘려주는 게 좋겠지. 남자나 하는 운동 아니냐는 소리는 하지 마. 김연아 선수도 비록 프리웨이트는 아니지만 프리웨이트에 준하는 스미스머신을 이용해 스쿼트 100㎏을 드는 걸로 알려졌으니까. 김연아의 그 엄청난 도약 역시 그런 하체 훈련을 통해 가능했던 거야. 그게 너무 부담스러우면 헬스클럽에 거의 하나씩 구비된 레그프레스 같은 기계를 이용해도 되고. 그 외에 맨몸을 이용한 에어얼렛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리 그래도 불안감이 사라지질 않아.
그건 심리적인 거니까 요기를 클릭해봐. 꼽등이 잡기 게임이야. 이걸 하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까?

어? 아닌데?
어이쿠, 실수. 링크하던 손이 미끄러졌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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