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3사를 통틀어 일주일동안 방영되는 음악프로그램은 10개다. SBS 류가 대중과 가장 가깝고 핫한 음악을 다룬다면, MBC 류는 좀 더 숨어있던 음악을 수면위로 이끌고 음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두 영역 사이에는 KBS (이하 )과 SBS (이하 )이 있다. 특히 이소라, 윤도현, 이하나를 거쳐 유희열에 안착한 은 그동안 지속되어왔던 시간만큼 소위 ‘뮤직토크쇼’라 불리는 프로그램의 기원이 되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후발주자로 시작한 의 경우 꾸준히 여자 MC를 기용해 좀 더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이번 TV vs TV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말 밤을 책임지는 과 을 김선영, 윤이나 TV평론가가 살펴본다. /편집자주
1991년 로부터 시작되어 , , , 로 이어져오는 동안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들은 고유한 정체성을 구축하며 하나의 계보를 형성했다. 그 정체성이란 프로그램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행자의 캐릭터가 쇼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과 소극장 공연의 소통과 감수성을 TV 무대 위로 끌어올린 감성 뮤직토크쇼라는 점을 기본으로 한다.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한 그 계보의 최신 주자인 은 동시의 계보의 완성체라 이를 만하다. 노영심처럼 직접 게스트들의 피아노 반주를 하고, 이문세처럼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며, 이소라처럼 방청객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윤도현처럼 뮤지션들과의 교감이 두터우며, 이하나처럼 게스트에 대한 열광을 숨기지 않는 MC 유희열의 존재가 기존 프로그램의 장점을 두루 흡수하며 특유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과 트렌드의 균형을 조율하다
사실 음악과 토크가 중심인 뮤직토크쇼의 포맷은 운신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2세대를 거쳐 오는 동안 KBS 심야 뮤직 쇼가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도 진행자의 교체와 그에 따른 타이틀의 변경뿐이었다. 이미 뚜렷한 전통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실험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는 언제나 이 프로그램들의 최대 고민이자 과제였다. 은 지금 현재 그러한 맥락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예의 ‘고품격 음악 방송’의 면모에 토크를 강화한 ‘라이브계의 버라이어티’로서의 성격을 더함으로써 음악과 예능, 전통과 트렌드의 균형을 잘 조율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제작진 중 부터 20년간 줄곧 음악을 담당해온 강승원 음악 감독이 전통의 상징이라면, 초창기 감독이던 KBS 출신의 김광수 PD는 예능의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시도였다. 실력파 뮤지션이자 능수능란한 입담꾼인 유희열은 그러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최적의 MC다. 그의 역량은 특히 게스트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라이브 실력과 음악성 위주의 게스트 구성은 기존 프로그램들과 유사하나, 그는 정색하고 진지한 음악 얘기만 나누는 대신 사적이리만치 친밀하고 일상적인 토크를 이끌어내며 뮤지션과 대중과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만든다. 그의 이러한 토크 스타일은 소위 ‘고품격 음악방송’과 아이돌 혹은 개그맨, 배우 같은 예능인 게스트와의 간격도 자연스럽게 좁혀준다. 그렇다고 토크가 그저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바탕이 된 의 공간은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DJ DOC가 “무대에 서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데뷔 20년차인 이승환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든다”고 토로하게 만들며, 이효리처럼 핫한 가수가 “아줌마는 그만 들어가라는 말이 제일 속상하다”고 고백하게 하는 힘이 있기에 더 빛을 발한다.
더욱 짙어진 소통과 교감의 코드
방송 50회를 즈음해서 은 작은 변화를 보였다. ‘라이브계의 버라이어티’라는 소갯말 대신 “사연이 있고 사람이 있고 사랑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멘트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매회 시청자들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진행하던 고정 코너 ‘수질 검사하러 왔어요’는 뮤지션 루시드 폴이 진행하는 새로운 코너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이 새 코너는 뮤지션의 즉흥곡에 방청객들이 즉석 가사를 붙이는 ‘만지작’에서 다시 시청자들의 사연 소개와 함께 신청곡을 직접 연주하고 불러주는 ‘만지다’가 되었다. 이 자그마한 변화들은 초창기부터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던 시청자들과의 소통과 교감의 코드를 더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라디오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희열 특유의 팬덤 문화가 초반 이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좀 더 보편적인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한 장 한 장 차근차근 스케치북을 넘기며 은 그렇게 또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 김선영
SBS (이하 )이 100회를 맞이하던 날, 진행자 김정은은 2PM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고, 샤이니의 태민과 종현,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을 위한 ‘chocolate song’을 불러주었으며, 박명수는 김정은을 둘러싸고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를 열창하는 사이 갑자기 등장해 김정은에게 호통으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100회가 되었든 2주년이 되었든, 기념할 만 한 날을 맞이한 쇼의 호스트가 축하를 받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등장하는 출연자마다 호스트를 위해 노래하고, 호스트에게 선물을 주고, 호스트에게만 집중하는 것 역시 흔한 일은 아니다. 이는 이 바로 ‘김정은의’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대 위 ‘누가’ 서있는가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이 김정은이라는 진행자의 스타성에 기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 이 기대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여배우가 주는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김정은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만인의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은 여배우가 진행한다는 점에서 KBS 이전 프로그램인 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출연하는 뮤지션들을 팬처럼 우러러보며 어느 순간에는 충실한 관객에 가까워보였던 이하나와는 달리, 에서는 이전부터 팬이었음을 자처하는 출연자들을 자주 만나 볼 수 있다. 김정은은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토크의 주체가 된다. 때로 김정은은 토크 중에 호탕하게 웃기도 하고, 성대모사나 개인기, 가수가 무대에서 짓는 포즈나 표정을 따라하기도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녀의 이미지가 변하거나 우스워질 일은 없다. 을 통해서 김정은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나름 수더분하고 궁금한 게 많은 옆집 언니와 같은 것이지만, 그런 이미지는 여배우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 김정은의 이미지와 느낌은 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악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거나 음악과 밀접한 관련을 갖지 않은 인물임에도 의 중심에 서 있는 김정은처럼, 은 음악 그 자체나 음악인 보다는 ‘무대에 서 있는 사람’에게 그 포커스를 맞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가 출연하여 노래를 3곡 부른 일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의 기준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무대에 서 있는 사람’의 스타성이다. 물론 대부분 가수겠지만, 굳이 가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래서 ‘굳이 가수가 아닐 때’ 이러한 논란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의 답은 명쾌하다. 누가 어떤 노래를 부르느냐의 문제에서, 이 방점을 찍은 것은 ‘누가’에 있는 것이다. 의 특별 무대가 사실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흔한 듀엣 곡이나 단조로운 댄스 퍼포먼스로 채워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내 귀의 캔디’는 2주년 특집 때 김정은이 직접 택연과 함께 보여준 무대를 포함해 최근의 이루와 장윤정까지 해서 거의 서너 번 반복해 온 레퍼토리이다. 에서 중요한 건 새롭거나 보기 힘들었던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같은 무대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노래를 한다는 것에 있다. 보아나 태양, DJ DOC가 출연했을 때의 무대 역시 더 많은 곡 수가 할애되는 것을 제외하면 SBS 의 컴백 무대와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대신 은 반드시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거나, 멋진 무대를 꾸며야 한다거나 하는 부담감 없이 일상에 대한 아주 가벼운 토크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스타성이 있는 출연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 준다. 하지만 을 정통 음악 프로그램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간지대로의 다리가 되려면
이 를 보는 건 정신이 없고 MBC 나 KBS 를 보는 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일종의 중간지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베이비복스가 해체 후 처음으로 함께 선 무대의 경우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나 무대의 성격을 생각해 보았을 때 만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지점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은 나름대로 교집합의 자리를 만드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은 한 쪽으로 쏠려 있다. 초콜릿이 때로 인생에 비유되는 것은, 그 달콤쌉싸름한 맛 때문이다. 달콤하기만 해서는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에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와 그들의 ‘음악’에 더욱 집중하고 자리를 내어주려는 한 뼘 만큼의 쌉싸름한 변화다.
글 윤이나
글. 김선영(TV평론가)
글. 윤이나(TV평론가)
편집. 장경진 three@
1991년 로부터 시작되어 , , , 로 이어져오는 동안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들은 고유한 정체성을 구축하며 하나의 계보를 형성했다. 그 정체성이란 프로그램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행자의 캐릭터가 쇼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과 소극장 공연의 소통과 감수성을 TV 무대 위로 끌어올린 감성 뮤직토크쇼라는 점을 기본으로 한다.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한 그 계보의 최신 주자인 은 동시의 계보의 완성체라 이를 만하다. 노영심처럼 직접 게스트들의 피아노 반주를 하고, 이문세처럼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며, 이소라처럼 방청객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윤도현처럼 뮤지션들과의 교감이 두터우며, 이하나처럼 게스트에 대한 열광을 숨기지 않는 MC 유희열의 존재가 기존 프로그램의 장점을 두루 흡수하며 특유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과 트렌드의 균형을 조율하다
사실 음악과 토크가 중심인 뮤직토크쇼의 포맷은 운신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2세대를 거쳐 오는 동안 KBS 심야 뮤직 쇼가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도 진행자의 교체와 그에 따른 타이틀의 변경뿐이었다. 이미 뚜렷한 전통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실험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는 언제나 이 프로그램들의 최대 고민이자 과제였다. 은 지금 현재 그러한 맥락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예의 ‘고품격 음악 방송’의 면모에 토크를 강화한 ‘라이브계의 버라이어티’로서의 성격을 더함으로써 음악과 예능, 전통과 트렌드의 균형을 잘 조율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제작진 중 부터 20년간 줄곧 음악을 담당해온 강승원 음악 감독이 전통의 상징이라면, 초창기 감독이던 KBS 출신의 김광수 PD는 예능의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시도였다. 실력파 뮤지션이자 능수능란한 입담꾼인 유희열은 그러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최적의 MC다. 그의 역량은 특히 게스트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라이브 실력과 음악성 위주의 게스트 구성은 기존 프로그램들과 유사하나, 그는 정색하고 진지한 음악 얘기만 나누는 대신 사적이리만치 친밀하고 일상적인 토크를 이끌어내며 뮤지션과 대중과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만든다. 그의 이러한 토크 스타일은 소위 ‘고품격 음악방송’과 아이돌 혹은 개그맨, 배우 같은 예능인 게스트와의 간격도 자연스럽게 좁혀준다. 그렇다고 토크가 그저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바탕이 된 의 공간은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DJ DOC가 “무대에 서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데뷔 20년차인 이승환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든다”고 토로하게 만들며, 이효리처럼 핫한 가수가 “아줌마는 그만 들어가라는 말이 제일 속상하다”고 고백하게 하는 힘이 있기에 더 빛을 발한다.
더욱 짙어진 소통과 교감의 코드
방송 50회를 즈음해서 은 작은 변화를 보였다. ‘라이브계의 버라이어티’라는 소갯말 대신 “사연이 있고 사람이 있고 사랑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멘트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매회 시청자들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진행하던 고정 코너 ‘수질 검사하러 왔어요’는 뮤지션 루시드 폴이 진행하는 새로운 코너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이 새 코너는 뮤지션의 즉흥곡에 방청객들이 즉석 가사를 붙이는 ‘만지작’에서 다시 시청자들의 사연 소개와 함께 신청곡을 직접 연주하고 불러주는 ‘만지다’가 되었다. 이 자그마한 변화들은 초창기부터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던 시청자들과의 소통과 교감의 코드를 더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라디오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희열 특유의 팬덤 문화가 초반 이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좀 더 보편적인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한 장 한 장 차근차근 스케치북을 넘기며 은 그렇게 또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 김선영
SBS (이하 )이 100회를 맞이하던 날, 진행자 김정은은 2PM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고, 샤이니의 태민과 종현,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을 위한 ‘chocolate song’을 불러주었으며, 박명수는 김정은을 둘러싸고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를 열창하는 사이 갑자기 등장해 김정은에게 호통으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100회가 되었든 2주년이 되었든, 기념할 만 한 날을 맞이한 쇼의 호스트가 축하를 받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등장하는 출연자마다 호스트를 위해 노래하고, 호스트에게 선물을 주고, 호스트에게만 집중하는 것 역시 흔한 일은 아니다. 이는 이 바로 ‘김정은의’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대 위 ‘누가’ 서있는가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이 김정은이라는 진행자의 스타성에 기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 이 기대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여배우가 주는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김정은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만인의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은 여배우가 진행한다는 점에서 KBS 이전 프로그램인 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출연하는 뮤지션들을 팬처럼 우러러보며 어느 순간에는 충실한 관객에 가까워보였던 이하나와는 달리, 에서는 이전부터 팬이었음을 자처하는 출연자들을 자주 만나 볼 수 있다. 김정은은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토크의 주체가 된다. 때로 김정은은 토크 중에 호탕하게 웃기도 하고, 성대모사나 개인기, 가수가 무대에서 짓는 포즈나 표정을 따라하기도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녀의 이미지가 변하거나 우스워질 일은 없다. 을 통해서 김정은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나름 수더분하고 궁금한 게 많은 옆집 언니와 같은 것이지만, 그런 이미지는 여배우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 김정은의 이미지와 느낌은 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악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거나 음악과 밀접한 관련을 갖지 않은 인물임에도 의 중심에 서 있는 김정은처럼, 은 음악 그 자체나 음악인 보다는 ‘무대에 서 있는 사람’에게 그 포커스를 맞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가 출연하여 노래를 3곡 부른 일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의 기준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무대에 서 있는 사람’의 스타성이다. 물론 대부분 가수겠지만, 굳이 가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래서 ‘굳이 가수가 아닐 때’ 이러한 논란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의 답은 명쾌하다. 누가 어떤 노래를 부르느냐의 문제에서, 이 방점을 찍은 것은 ‘누가’에 있는 것이다. 의 특별 무대가 사실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흔한 듀엣 곡이나 단조로운 댄스 퍼포먼스로 채워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내 귀의 캔디’는 2주년 특집 때 김정은이 직접 택연과 함께 보여준 무대를 포함해 최근의 이루와 장윤정까지 해서 거의 서너 번 반복해 온 레퍼토리이다. 에서 중요한 건 새롭거나 보기 힘들었던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같은 무대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노래를 한다는 것에 있다. 보아나 태양, DJ DOC가 출연했을 때의 무대 역시 더 많은 곡 수가 할애되는 것을 제외하면 SBS 의 컴백 무대와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대신 은 반드시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거나, 멋진 무대를 꾸며야 한다거나 하는 부담감 없이 일상에 대한 아주 가벼운 토크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스타성이 있는 출연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 준다. 하지만 을 정통 음악 프로그램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간지대로의 다리가 되려면
이 를 보는 건 정신이 없고 MBC 나 KBS 를 보는 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일종의 중간지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베이비복스가 해체 후 처음으로 함께 선 무대의 경우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나 무대의 성격을 생각해 보았을 때 만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지점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은 나름대로 교집합의 자리를 만드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은 한 쪽으로 쏠려 있다. 초콜릿이 때로 인생에 비유되는 것은, 그 달콤쌉싸름한 맛 때문이다. 달콤하기만 해서는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에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와 그들의 ‘음악’에 더욱 집중하고 자리를 내어주려는 한 뼘 만큼의 쌉싸름한 변화다.
글 윤이나
글. 김선영(TV평론가)
글. 윤이나(TV평론가)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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