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 만들었다. 지난 8월 13일부터 오픈런으로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는 특별하게 흠잡을 구석이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잘 빠진 작품이다. 뮤지컬에서는 감동적인 스토리에 음악-춤-연기가 삼위일체 되면 소위 대박이 난다. 역시 마찬가지다. 칠흑같이 어두운 탄광촌에서 태어난 열한 살 소년의 꿈 이야기는 감동을 담당하고 있고, ‘뮤지컬’이라면 당연시 여기는 삼위일체 역시 열 살을 갓 넘겼지만 제 몫을 대견하게 해내는 어린 배우들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 연출상을 비롯해 제63회 토니어워즈 10개 부문을 수상하며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건 이러한 탄탄한 기본기 위에 상업적 영리함까지 더했기 때문이다.
빌리의 감동적인 스토리 뒤에는 철저히 객관적이고 조직적으로 계산된 시스템이 자리해 관객들을 그야말로 들었다놨다한다. 그 중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동선. 소극장에 비해 대극장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는 객석에서 시작해 객석에서 끝나는 동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빌리가 살고 있는 탄광촌이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 라는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해낸다. 이러한 공간의 공유야말로 주인공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라는 동일시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간다.
당신이 ‘뮤지컬’에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는 여기에 소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아 완벽한 종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음악과 안무. 이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엘튼 존은 마치 영화계의 한스 짐머를 연상시킨다.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떠나 수많은 팝을 작곡한 엘튼 존의 음악은 기승전결이 뚜렷해 관객들의 빠른 몰입을 돕고, 넘치는 감정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데 탁월하다. 거기에 어린 소년의 꿈과 바스라져가는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동시에 그려내고 있는 작품을 웅장하고 비장한 한편 밝고 에너제틱한 음악으로 표현해낸다. 안무 역시 마찬가지다. 발레에 기본 베이스를 두고 있지만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탭댄스와 스트릿 댄스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역시 다양성을 위한 철저한 계산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화려한 쇼와 감동적인 스토리는 기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소위 ‘계산’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대의 순간순간에는 진심이 넘쳐난다. 워낙 완급조절이 탁월하고 순서가 잘 짜여 있기 때문에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은 매끄럽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이고 절대적으로 아이들의 티 없는 감정 덕에 이 모든 것이 ‘계산’임을 망각하고야만다.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편지를 읽을 때 자연스럽게 떨리는 목소리를 듣거나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하늘을 나는 꿈을 실제로 목도한 이상 이 작품의 노예가 되지 않기란 쉽지 않다. 한없이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또 그만큼 ‘진정성’이라는 공허한 단어가 실체가 되어 무대에 펼쳐진다. 그래서, 는 질투가 난다.
사진제공. 매지스텔라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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