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KBS 의 종영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그 사이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들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단막극의 부활은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5월 15일 노희경 작가의 ‘빨강 사탕’으로 돌아온 단막극 은 8월 28일 방송될 제 14화 ‘여름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6개월간 총 24편으로 구성될 에 대한 차별화된 시선과 현장 기사까지 의 스페셜한 기사는 KBS 홈페이지와 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주

대형 수조안에서 두 남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남일(여욱환)의 공기통은 그물에 걸렸고, 수현(김현균)의 발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빠졌다. 게다가 공기에이지는 이미 빨간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결국 수현은 남일을 억지로 수면위로 떠밀어내고 숨을 거둔다. 8월 26일 경기도 포천의 수중촬영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여름이야기’ 촬영분은 그렇게 남일의 트라우마가 형성되는 결정적인 장면을 촬영중이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전신 잠수복과 물안경, 마스크까지 착용해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 그나마 남일과 수현을 구별할 수 있는 단서는 물안경 색깔 뿐이다. ‘여름이야기’의 연출을 맡은 윤성식 감독은 수조 밖에서 마이크를 통해 연기를 지시하고, 배우들은 수조 안에서 감독의 말에 따라 부산하게 몸을 움직인다. 사실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공간이 바로 물 속이라 감독 역시 ‘컷’ 소리와 함께 “현균 씨, 괜찮으세요?”라며 배우의 상태를 걱정하지만, 대사 한 마디 없는 장면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발버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곧 “이번엔 느낌이 안 살았네, 다시 한 번!”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감독이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어유, 잘하셨어요, 수고하셨어요!”라는 말뿐이다. 두 배우와 촬영 스태프들은 점점 힘겹고 둔해지는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을 향해 손가락으로 ‘OK’사인을 보낸다. 수조 안에서는 물로, 수조 밖에서는 땀으로 몸을 흥건히 적시며 지쳐가는 와중에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건 잠시 산소마스크를 빼고 입으로 거품도넛을 만들어내는 여욱환의 애교 덕분이다. KBS ‘여름이야기’는 자신 때문에 동료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해양구조대원 남일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배우 경아(손여은)를 주인공으로 한다. 가슴 한 구석에 깊이 상처가 박힌 두 사람이 보여줄 사랑은 오는 28일 밤 11시 15분, KBS2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