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좀 편한 길을 택하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짧게나마. 술에 취해서건, 잠에 취해서건 ‘아, 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그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어느 순간 다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떨 땐 ‘내가 내 방식대로 하는 걸 보여줄게’ 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때도 있어요.” 한 번 편입되면 거대한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것 같은 한국 연예계에서 김재욱처럼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9년째 같은 멤버들과 밴드를 하고 있고, 과거의 이미지로 소모되는 것을 거부하며, 자신이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최대한의 마지노선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서 김재욱은 가장 유명하거나 가장 몸값이 비싼 스타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이 세계에서 유일한 존재다. 너무 투명해서 오히려 속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단 드라마가 끝났으니 소원이던 밴드 ‘월러스’의 활동을 시작해야 할 텐데, 처음에 어떻게들 만났나요?
김재욱 : 대학 동기들이에요. 세 명이었는데 베이스가 없다가 최근 또 다른 동기 한 명이 들어왔어요. 늘 같이 하고 싶었던 녀석인데 올 초에 제대했길래 반 강제로 끌고 왔죠. (웃음)
월러스가 결성된 지 9년이나 지났다고 들었어요. 그 동안 밴드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닌데 계속 함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김재욱 : 그걸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다른 멤버들은 잘 모르지만, 저는 어쨌든 ‘밴드는 한다’는 것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거든요. 거기에 플러스해서 ‘밴드를 한다. 얘네들과 한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의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들 이길래 ‘얘네들과’에 그렇게 방점이 찍히는 건가요. 단지 친하기만 하다고 되는 일은 아닐 텐데.
김재욱 : 음… 그냥, 특히 드럼 치는 태현이 형 같은 경우는 학교 입학해서 처음 보자마자 ‘아, 이 사람이랑 밴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타 하는 형은 그보다 좀 뒤에 알게 됐구요.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요? 한쪽만 일방적으로 짝사랑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노래 잘하는 보컬도 얼마든지 많고 태현이 형 보다 드럼 잘 치는 사람도 얼마든지 많을 텐데 그냥 저는 이 사람이랑 가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모델이나 연기자로서가 아니라 밴드로서 해 보고 싶은 소박한 꿈도 있을 것 같아요.
김재욱 : 다른 멤버들의 의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말하자면, (웃음) 영화 에 나오는 것 같은 투어를 해 보는 게 꿈이에요. 버스 한 대에 저희 장비와 저희 멤버와 스태프, 거기에 잡지사 기자가 한 명 붙어서 다 같이 타고 다니며 몇 달 동안 사는 거죠. 한국에선 불가능할 것 같고, 조금 욕심을 내서 아시아 시장에서 몇 달 동안 그런 삶을 산다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작년 GMF를 비롯해 몇 차례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무대에서의 자신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요.
김재욱 : 모르겠어요. 모니터를 안 해요. 자신감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자신감이 없어서못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나 연기를 시작하기 전, 사람들에게 ‘배우 김재욱’이란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자유로웠는데 그 이후 있었던 두 번의 공연에서는 저의 텐션을 못 잡았어요. 내 음악과 기분과 성향에 맞는 퍼포먼스가 나와야 분명한데 몸이 잘 안 움직이는 거예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배우 김재욱’의 인상 같은 걸 훼손시키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의식은 되는 거죠. 결국 제 정체성, 자신의 문제에요.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연습량이 부족하다거나 내 음악에 대한 확고한 뭔가가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구요. 다음 공연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시행착오 하나하나에 굉장히 예민하거든요. 결국 그 때 가서 제가 신나게 웃고 싶으면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죠. 그리고 그 땐 모니터 해야죠. 지금까진 친구가 “유튜브에서 너 봤는데…” 까지만 말해도 귀를 막으면서 “으아아아아아 몰라몰라몰라!!”하고 소리 질러요. (웃음) “예전에 비해 점점 겁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나르시즘이 좀 더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없다면 특유의 아우라가 안 생기는 것 같기도 하구요. 꼭 나르시즘이란 말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그런 게 좀 있다고 생각해요?
김재욱 : 있죠. 그거 없이 이 일을 하긴 정말 힘들 거 같아요. (이)선균이 형이랑 예전에 한 번 술 먹다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과연 나르시즘이 없는 사람이 남에게 노출되어서, 답이 정해져 있는 일도 아닌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뭔가를 표현하고 그 사람의 포스를 드러내려면 나르시즘 없이는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런데 나르시즘이란 단어가 한국에서 그리 기분 좋은 뉘앙스는 아니잖아요. 결국 어떤 에너지를 가져와서 나르시즘으로 변환하느냐가 문제인데 어릴 때는 적개심이나 반항심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좀 더 포용력도 생긴 것 같고. 그게 제가 쓰는 가사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작사는 아이디어를 텍스트로 표현하고 노래를 통해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면에서 자신을 직접 보여주는 모델이나 연기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선 가면을 쓰기 가장 힘든 작업 같기도 하구요.
김재욱 : 제가 제일 많이 묻어나는 작업이 음악인 것 같아요. 너무나 순수하게, 다른 어떤 필터링 없이 일차적으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장르니까. 그래서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어렵고, 조심스럽고, 그래서 9년이 걸렸을 수도 있겠죠. (웃음) 제가 글 쓰는 걸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남들은 어떤 방식으로 작사하는지를 모르니까 역시 어렵긴 해요.
10대 후반에 일을 시작해서 지금은 20대 후반이에요. 그 동안 외부에 의해 흔들리는 일이 별로 없이 비교적 스스로 선택한 길만을 통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어떤가요.
김재욱 : 재밌었어요. 거기에 만족한다기보다, ‘이렇게 못 했으면 진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 당시에는 정말 작은 선택이었지만 물러서거나 포기하지 않았던 게 지금의 많은 걸 바꿔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이 정도라도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운이 좋은 거죠. 사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저나 지금의 저나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단지 그 사이 조금 더 능구렁이 같아져서 사람들이 좀 더 나를 오해하지 않게, 미워하지 않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서 거기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그 에너지를 자꾸 적개심이나 반항심으로 표출하면 결국 저는 튀어나온 못이 되고 외톨이가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그런 데 대한 스트레스가 그렇게 없었던 데 비해 점점 겁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제가 지켜야 할 것도 있고, 나의 모든 작업이 사람들에게 평가받게 되면서 작은 실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예전에 없었던 두통이 요즘에 생긴 것도 있어요. “원래 야구를 제일 좋아하는데 요새는 축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도 또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기기도 하나요?
김재욱 : 네, 어릴 때부터 꿈이 너무 많았어요. 경찰관, 요리사, 고고학자, 그리고 남극 가서 기름 뒤집어쓰고 있는 펭귄 구해주는 일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갑자기 떠오르는 일들이 있어요. 얼마 전 월드컵 때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광팬이 됐거든요. 를 촬영하는 와중에도 ‘스물여덟에 축구 시작하면 너무 늦나?’ 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축구가 하고 싶다기보단 스페인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거예요. 한국 사람인데! (웃음) 그냥 저 선수들과 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서 뛰고 싶은 마음에 홈 유니폼과 어웨이 유니폼을 다 샀어요. 집에서 입고, 운동할 때 입고. 전 원래 야구를 제일 좋아하는데 요새는 약간 바람을 피우면서 축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무엇만 있으면 최소한의 만족감을 가지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김재욱 : 사람인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의 행복함이나 혼자 있는 시간에 만들어지는 제 안의 에너지도 결국 혼자 있지 않은 시간에 만들어졌다가 그 때 정리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쨌건 사람한테 얻는 게 제일 많은 것 같고,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덕과,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김재욱 : 음……너무 어려운데요? 매일매일 사람들을 만나면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건 정말 많은데 말로 풀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용납할 수 없는 부분도 물론 많죠. 이건 나중에 리미트 없는 인터뷰 때 다시 얘기할 게요. (웃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일단 드라마가 끝났으니 소원이던 밴드 ‘월러스’의 활동을 시작해야 할 텐데, 처음에 어떻게들 만났나요?
김재욱 : 대학 동기들이에요. 세 명이었는데 베이스가 없다가 최근 또 다른 동기 한 명이 들어왔어요. 늘 같이 하고 싶었던 녀석인데 올 초에 제대했길래 반 강제로 끌고 왔죠. (웃음)
월러스가 결성된 지 9년이나 지났다고 들었어요. 그 동안 밴드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닌데 계속 함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김재욱 : 그걸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다른 멤버들은 잘 모르지만, 저는 어쨌든 ‘밴드는 한다’는 것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거든요. 거기에 플러스해서 ‘밴드를 한다. 얘네들과 한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의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들 이길래 ‘얘네들과’에 그렇게 방점이 찍히는 건가요. 단지 친하기만 하다고 되는 일은 아닐 텐데.
김재욱 : 음… 그냥, 특히 드럼 치는 태현이 형 같은 경우는 학교 입학해서 처음 보자마자 ‘아, 이 사람이랑 밴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타 하는 형은 그보다 좀 뒤에 알게 됐구요.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요? 한쪽만 일방적으로 짝사랑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노래 잘하는 보컬도 얼마든지 많고 태현이 형 보다 드럼 잘 치는 사람도 얼마든지 많을 텐데 그냥 저는 이 사람이랑 가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모델이나 연기자로서가 아니라 밴드로서 해 보고 싶은 소박한 꿈도 있을 것 같아요.
김재욱 : 다른 멤버들의 의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말하자면, (웃음) 영화 에 나오는 것 같은 투어를 해 보는 게 꿈이에요. 버스 한 대에 저희 장비와 저희 멤버와 스태프, 거기에 잡지사 기자가 한 명 붙어서 다 같이 타고 다니며 몇 달 동안 사는 거죠. 한국에선 불가능할 것 같고, 조금 욕심을 내서 아시아 시장에서 몇 달 동안 그런 삶을 산다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작년 GMF를 비롯해 몇 차례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무대에서의 자신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요.
김재욱 : 모르겠어요. 모니터를 안 해요. 자신감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자신감이 없어서못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나 연기를 시작하기 전, 사람들에게 ‘배우 김재욱’이란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자유로웠는데 그 이후 있었던 두 번의 공연에서는 저의 텐션을 못 잡았어요. 내 음악과 기분과 성향에 맞는 퍼포먼스가 나와야 분명한데 몸이 잘 안 움직이는 거예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배우 김재욱’의 인상 같은 걸 훼손시키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의식은 되는 거죠. 결국 제 정체성, 자신의 문제에요.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연습량이 부족하다거나 내 음악에 대한 확고한 뭔가가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구요. 다음 공연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시행착오 하나하나에 굉장히 예민하거든요. 결국 그 때 가서 제가 신나게 웃고 싶으면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죠. 그리고 그 땐 모니터 해야죠. 지금까진 친구가 “유튜브에서 너 봤는데…” 까지만 말해도 귀를 막으면서 “으아아아아아 몰라몰라몰라!!”하고 소리 질러요. (웃음) “예전에 비해 점점 겁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나르시즘이 좀 더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없다면 특유의 아우라가 안 생기는 것 같기도 하구요. 꼭 나르시즘이란 말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그런 게 좀 있다고 생각해요?
김재욱 : 있죠. 그거 없이 이 일을 하긴 정말 힘들 거 같아요. (이)선균이 형이랑 예전에 한 번 술 먹다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과연 나르시즘이 없는 사람이 남에게 노출되어서, 답이 정해져 있는 일도 아닌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뭔가를 표현하고 그 사람의 포스를 드러내려면 나르시즘 없이는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런데 나르시즘이란 단어가 한국에서 그리 기분 좋은 뉘앙스는 아니잖아요. 결국 어떤 에너지를 가져와서 나르시즘으로 변환하느냐가 문제인데 어릴 때는 적개심이나 반항심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좀 더 포용력도 생긴 것 같고. 그게 제가 쓰는 가사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작사는 아이디어를 텍스트로 표현하고 노래를 통해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면에서 자신을 직접 보여주는 모델이나 연기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선 가면을 쓰기 가장 힘든 작업 같기도 하구요.
김재욱 : 제가 제일 많이 묻어나는 작업이 음악인 것 같아요. 너무나 순수하게, 다른 어떤 필터링 없이 일차적으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장르니까. 그래서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어렵고, 조심스럽고, 그래서 9년이 걸렸을 수도 있겠죠. (웃음) 제가 글 쓰는 걸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남들은 어떤 방식으로 작사하는지를 모르니까 역시 어렵긴 해요.
10대 후반에 일을 시작해서 지금은 20대 후반이에요. 그 동안 외부에 의해 흔들리는 일이 별로 없이 비교적 스스로 선택한 길만을 통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어떤가요.
김재욱 : 재밌었어요. 거기에 만족한다기보다, ‘이렇게 못 했으면 진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 당시에는 정말 작은 선택이었지만 물러서거나 포기하지 않았던 게 지금의 많은 걸 바꿔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이 정도라도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운이 좋은 거죠. 사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저나 지금의 저나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단지 그 사이 조금 더 능구렁이 같아져서 사람들이 좀 더 나를 오해하지 않게, 미워하지 않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서 거기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그 에너지를 자꾸 적개심이나 반항심으로 표출하면 결국 저는 튀어나온 못이 되고 외톨이가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그런 데 대한 스트레스가 그렇게 없었던 데 비해 점점 겁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제가 지켜야 할 것도 있고, 나의 모든 작업이 사람들에게 평가받게 되면서 작은 실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예전에 없었던 두통이 요즘에 생긴 것도 있어요. “원래 야구를 제일 좋아하는데 요새는 축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도 또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기기도 하나요?
김재욱 : 네, 어릴 때부터 꿈이 너무 많았어요. 경찰관, 요리사, 고고학자, 그리고 남극 가서 기름 뒤집어쓰고 있는 펭귄 구해주는 일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갑자기 떠오르는 일들이 있어요. 얼마 전 월드컵 때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광팬이 됐거든요. 를 촬영하는 와중에도 ‘스물여덟에 축구 시작하면 너무 늦나?’ 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축구가 하고 싶다기보단 스페인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거예요. 한국 사람인데! (웃음) 그냥 저 선수들과 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서 뛰고 싶은 마음에 홈 유니폼과 어웨이 유니폼을 다 샀어요. 집에서 입고, 운동할 때 입고. 전 원래 야구를 제일 좋아하는데 요새는 약간 바람을 피우면서 축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무엇만 있으면 최소한의 만족감을 가지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김재욱 : 사람인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의 행복함이나 혼자 있는 시간에 만들어지는 제 안의 에너지도 결국 혼자 있지 않은 시간에 만들어졌다가 그 때 정리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쨌건 사람한테 얻는 게 제일 많은 것 같고,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덕과,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김재욱 : 음……너무 어려운데요? 매일매일 사람들을 만나면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건 정말 많은데 말로 풀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용납할 수 없는 부분도 물론 많죠. 이건 나중에 리미트 없는 인터뷰 때 다시 얘기할 게요. (웃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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