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이었을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정신이 40여 년의 세월을 넘어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을까. 8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는 ‘The peace at DMZ with Artie Kornfeld, the father of Woodstock 69’ (이하 ‘The peace at DMZ’)가 열린다. 비록 행사 이름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을 쓰진 못하지만 우드스탁 원년 기획자인 아티 콘펠드가 참가한다는 이유로 많은 음악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 르 뉘 블랑쉬에서 진행된 ‘우드스탁의 아버지’ 아티 콘펠드와의 기자간담회는 이처럼 기대감은 크지만 알려진 건 별로 없는 ‘The peace at DMZ’의 의의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우드스탁 로고보다 중요한 것
친구 마이클 랭과 함께 우드스탁의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기획과 프로모터 역할까지 했던 아티 콘펠드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결국 원년 우드스탁의 반전 정신이다. 그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를 통해 “전 세계에 지속적인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DMZ 근처 통일 안보관광지에 속하는 임진각에서 행사를 여는 건 그래서다. 평화의 정신에 대해 강조한 만큼, “돈만 많이 받는 콘서트는 지겹다”며 상업적으로 흐르는 최근의 음악 페스티벌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우드스탁의 이름을 내걸고 메탈리카,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같은 초호화 라인업을 내세웠지만 거대 상업 행사로 변질된 ‘우드스탁 99’ 같은 행사에 대해서도 실패라고 규정하며 “우드스탁 로고가 새겨진 옷이나 휴지보다 의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항 정신이 중요하지,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그의 지적은 어떤 면에선 고스란히 그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기도 하다. 즉 알맹이 없는 행사 이름이 껍데기에 불과하듯, 대중들의 시대적 욕구에서 출발하지 않은 반전 구호 역시 텅 빈 기호에 불과하다. 물론 평화의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소중하지만 그것이 3일짜리 록페스티벌의 형태로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실제 그 캠페인에 동참하는 관객과 그들을 불러 모으고 자극시킬 수 있는 뮤지션이 필요하다. 원년 우드스탁 이후의 우드스탁, 그리고 한국의 펜타포트 록페스티벌과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 같은 행사와 ‘The peace at DMZ’의 가장 큰 차이는 “아티 콘펠드가 참여하고 참여하지 않고의 차이”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공허하다.
아직은 짐작 불가능한 ‘The peace at DMZ’의 힘
기자간담회 당일 공개된 1차 라인업 역시 그 공허함을 채우기엔 아직 모자라다. 짐 모리슨 없는 도어즈와 세바스찬 바흐 없는 스키드 로우, 그 외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노바디 리브즈 포에버, 영 블러즈 같은 밴드들이 1차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전설의 키보디스트인 도어즈의 레이 만자렉을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지만 지난 해 딥퍼플의 존 로드가 단독 공연을 했던 걸 떠올리면 과연 아티 콘펠드가 있어 가능한 ‘The peace at DMZ’의 힘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물론 아직 2차 라인업이 남아있고, 하 수상한 시절에 반전의 메시지가 관객을 집결시킬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무엇을 하든 좀 더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국 관객들의 주머니는 여름의 모든 록페스티벌을 즐기기엔 너무 얇고, 7월의 지산 밸리에는 펫샵보이즈가 온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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