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MBC 월-화 밤 10시 55분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아니야?” 감찰부의 봉상궁(김소이)은 모화관에 억류됐다가 오히려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 된 동이(한효주)의 행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 물론 동이는 자살한 김윤달의 시체가 실제 김윤달이 아니라는 것을 추리해낼 정도로 명민하고, 직접 청국 태감에게 찾아가 사건 해결의 의지를 보일 정도로 배짱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라 해도 3일 안에 김윤달을 잡아오겠노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침 김윤달의 호위를 맡은 차천수(배수빈)와 그녀의 말을 믿고 군졸을 움직인 종사관 서용기(정진영), 그리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청국과의 마찰도 불사하는 숙종(지진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행운인 셈이다. 새삼스레 입지전적 주인공과 그에게 헌신하는 조력자들로 이뤄진 이병훈 사극의 형식에 딴죽을 걸려는 것은 아니다. 아쉬운 건, 그 과정의 동력을 단순히 전생에 나라를 구한 운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길이 안에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동이가 김윤달의 시신을 확인하고 정임(정유미)이 김윤달의 필적을 감정하는 과정은 과거 MBC 드라마넷 을 연상케 할만 했지만 결국 감찰부가 한 일이라고는 동이를 지지하고 걱정하거나 흉을 보는 정도였다. 즉 는 한의학(), 궁중요리() 같은 독특한 소재를 품었던 이병훈 사극 안에서도 특별히 매력적인 장르물이 될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에 대한 평가, 그리고 2010년 이병훈 월드에 대한 평가는 여기서 갈리지 않을까. 과연 이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잘하던 걸 여전히 잘하는 거장의 내공인가,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지 않는 매너리즘인가.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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