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했던 KBS ‘1박 2일’의 특집이 성황리에 끝났다. ‘1박 2일’은 여배우 특집에 이어 마련한 성동일, 성지루, 안길강, 고창석, 김정태, 조성하 등의 명품조연 특집을 마무리하며 5주 간의 특집을 모두 끝냈다.

‘남자의 자격’이 포함된 전체의 시청률은 다소 하락했다. 지난 20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9일 시청률은 19.1%로 지난 주보다 1.6% P 하락했다. 하지만 시청률과 별개로 ‘1박 2일’ 명품조연 특집은 연예인 출연진이 많아 생길 수 있는 위험은 줄이고 프로그램만의 장점을 살렸다. 시청자 투어와 같이 일반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특집이 아닌 연예인이 출연하는 경우 게스트에 초점을 둘 것인지, 어떤 게임을 할 지는 매우 중요하다. 기존 방송과 비슷하게 간다면 연예인 게스트가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해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없을 수도 있고, 너무 게스트에 맞추면 자연스러움이라는 ‘1박 2일’ 특유의 재미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

19일 방송은 야생 여행의 테두리 안에서 게스트와 ‘1박 2일’멤버들 간의 공통점을 살리고 조연들의 기존과 다른 모습을 부각시키며 이런 위험을 줄였다. 이는 처음부터 제작진이 준비한 아이템에서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 12일 방송에서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제한 시간 내에 소품차에 있는 여행용 물품들 중 꺼내온 것들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했고, 특정 시간 내에 있는 곳이 베이스캠프가 된다는 설정을 준비했다. 여행의 출발점에서 준비된 설정은 여행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19일 방송에서 소품차에서 꺼내온 음식을 바탕으로 요리를 하다보니 오징어 육수에 성동일만의 양념장, 김정태의 반죽으로 칼국수를 만들게 됐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전문인 수준으로 요리하는 김정태의 예상치 못한 모습이 나왔다. 더불어 침낭을 얻기 위해 벌인 ‘둥글게 둥글게’ 게임은 모래판에서 남자들이 몸을 쓰면서도 게임에 대한 승부욕과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안길강이 이 게임으로 “밖은 추우니까” 꼭 침낭을 얻어야겠다고 할 때 시청자들은 험악할 것 같았던 그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이승기가 조연들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며 친해지는 모습이 나왔고 배우들이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웃으며 평범한 한 아버지의 모습도 전해졌다. 12명의 출연자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야생이었지만, 그 야생은 제작진이 절묘하게 설계한 게임의 룰에서 만들어졌다. ‘1박 2일’의 제작진은 게임으로 그 순간을 재밌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야생’이라는 환경 자체를 컨트롤할 정도가 됐다.

그래서, 야생과 친근함이라는 프로그램 특유의 매력 속에서 연예인들의 새로운 모습까지 볼 수 있었던 이번 특집은 5년이 다 되어가는 ‘1박 2일’을 다시 보게 했다. 여행지를 보여주고 그 안에서 멤버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쉽고 단순한 포맷 안에서도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게임을 통해 여행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방법은 ‘1박 2일’이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일요일 예능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이는 동시에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는 ‘1박 2일’이 어떻게 앞으로도 ‘재밌으면서도 보기 편한 예능’을 만들어갈지 궁금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된 만큼 익숙해졌지만 결코 질리지는 않는다. 예능 고수의 내공이란 이런 것이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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