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음악적이지 않은 장소’라고 묻는다면 어떤 곳이 떠오르는가. UV와의 만남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음악적이지 않은 곳에서 아주 음악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유세윤의 바람에서 ‘역시 UV야!’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화보와 ‘아니, UV에게 이런 면이?’라는 놀람이 공존했던 이번 인터뷰가 탄생했다. 4월 5일, 청명한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불쾌하게 만든 식목일 정오, 서울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꼬불꼬불 국도도 한참을 올라가 도착한 강촌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UV를 만났다.
사진 콘셉트를 설명하자 ‘그래요, 내가 원한 게 이런 거예요’라는 듯 푸앗 웃음을 터뜨린 유세윤은 “칡즙 같은 것도 먹으면서 가야 하는데, 스타벅스 커피인냥”, “관광 온 중국 사람들이 찍는 사진 같은 건 어때요?”라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낸다. 역시 UV! 주차장 한켠에서 소품으로 준비한 개 인형을 소중히 지키며 UV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할머니들이 “아가씨, 어디서 왔어? 개 팔러 왔어?”라고 묻는 말에 어버버 입만 벙긋거릴 수밖에 없었던 부끄러움은 UV의 환대에 사르르 사라졌다.
천재 뮤지션답지 않게 소탈한 UV는 삼삼오오 떼 지어 지나가는 등산객 무리들에 전혀 개의치 않고 주차장 한켠에서 훌렁 옷을 벗고 갈아 입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들 중 아무도 UV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럴 수가, 이 시대 최고의 뮤지션 UV도 아직 대한민국 중년 여성들의 하트만은 훔치지 못했구나! 옷을 갈아입고 온 UV를 보고 제일 먼저 묻고 싶었지만 결국 헤어지는 순간까지 묻지 못했던 질문 하나를 여기에 남긴다. “그 싸구려 형광 분홍 레자 잠바랑 만만치 않게 싼 티 나는 패치워크 잠바, 어디서 사셨어요? 완전 멋있어요!”
UV가 개 풍선을 끌며 유유자적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등산로에 나타난 장발의 두 남자. 둘을 쫓는 카메라가 없었다면 누군가 111에 간첩 신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었다. 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지나가던 등산객들은 흘끗 돌아보거나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하지만 정작 시선의 주인공인 UV는 제 집 뒷마당인양 자유롭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등산로 한 쪽에 자리한 식당. 유세윤과 뮤지, 잠시 세상에 놀러 나온 신선 같은 두 남자와의 인터뷰는 은은한 잣 향이 감도는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 감자전과 도토리묵, 그리고 달달한 봄 공기를 안주 삼아 시작되었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삶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과의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떠 오른 옛 말씀은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자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였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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