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채널 밤 12시
가끔 생각 없이 건넨 말이 인생의 지침을 돌려놓기도 한다. 아무 의도 없이 던진 말이 불러오는 오해는 상대로 하여금 혼자 연애하고 혼자 결별하는 아픔을 겪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을 찾아 온 손님 성동일이 유부남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참 다행인 셈이다. 보라. 이나영이 비, 이정진, 대니얼 헤니 등을 두고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안고 있는 게 비야? 정진이야? 나거든”이라고 말하는 당당함을. “내가 이상형이라나? 그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했어”라고 자랑하는 뿌듯함을. 물론 우리는 안다. 이나영이 비, 이정진이 아니라 성동일을 안았기 때문에 스캔들이 아닌 훈훈한 미담으로 끝날 수 있었다는 것을. 시청 중 마음 속 BGM으로 토이의 ‘좋은 사람’을 추천한다.
KBS2 밤 11시 15분
아나운서 계의 이단아 전현무가 드디어 단독으로 ‘원샷’을 받는다. 방송국을 나간 프리랜서들은 험난한 행사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니 간혹 거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남자는 KBS라는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도 폭풍 같은 방송 인생을 산다. 그의 춤사위 한 번에 아나운서국은 절규하고 예능국은 환호한다. 어찌나 이미지가 예능에 더 가까운지, 어쩌다 한 번 뉴스를 진행하면 보는 사람이 어색할 지경이다. “전현무 4개국어 가능”이라는 오보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일본어 학원을 등록했다거나, 춤으로 아나운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말에 몰래 사비를 털어 댄스학원을 등록해 설욕전을 꿈꿨다는 일화를 들으면 슬슬 이 사람의 본업이 의심스럽다. 마음은 인데 얼굴은 인 전현무 아나운서의 단독 게스트 데뷔전을 주목하라.
4시즌 1회 온스타일 밤 12시
‘기억상실 이후 개과천선’이란 전통은 멸종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넌 나와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말을 달고 살던 부잣집 도련님 척(에드 웨스트윅)이 총 한 방 맞더니 기억을 상실하고 호텔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흘릴 줄이야. 이 돌아왔다. 척과 블레어(레이튼 미스터)의 연애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던 제작진은 아예 척의 기억을 지워 버렸다. 오늘 방송될 1화에서 척이 총을 맞은 줄도 모르고 있던 블레어는 금발 미녀와 함께 등장해 자신을 ‘헨리’라고 소개하는 척을 보고 기함한다. 그나마 총격 이후에도 척의 외모에 큰 변화가 없어 다행이다. 그 사이 눈 밑에 점이라도 새로 생겨 블레어도 척을 못 알아 봤으면 어쩔 뻔했나.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미국 ‘막드’의 세계로 떠나자.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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