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 밤 12시
이제 빅뱅은 어떻게 펼쳐 놓는가보다는 어떻게 접어 넣는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그룹이 되었다. 멤버 각자의 활동으로 빅뱅의 스펙트럼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지만 그것은 한편으로 이들이 여전히 하나의 그룹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회의를 불러오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는 신곡 보고회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각자의 특출한 모서리를 잘 다듬고 접어 빅뱅이라는 그룹 안으로 쌓아간 결과물이 개개인의 활동과는 다른 매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탓이다. 그래서 방송은 빅뱅의 미니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를 공개하며 신곡들 사이에 과거의 히트곡들을 섞어 넣었다. 이것은 지금의 빅뱅을 가능한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하게 만드는 동시에 과거의 파급력과 연속성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이들의 노래와 무대는 분명 새롭지만, 이들은 여전히 기억 속의 바로 그 노래를 부르던 빅뱅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2년이 넘는 공백을 뛰어넘은 빅뱅이 궁극적으로 이 쇼를 통해 선택한 것은 의외로 아티스트로서의 선언이 아니다. 이날 공개된 대부분의 노래를 만든 G-드래곤은 ‘시크릿 빅뱅’을 통해 여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악이 끝난 지점에서 빅뱅은 자신들이 계속해서 팬들을 위해 음악 외적인 서비스를 불사하는 아이돌임을 증명했다. 이것은 단순하지 않은 자신들의 위치에 대한 빅뱅 스스로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아이돌이라서 저평가 받을 이유도 없지만, 뮤지션이기에 상업성을 외면할 필요도 없는 시장이 바로 이들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빅뱅의 타이틀 곡 ‘투나잇’ 무대를 보여준 후, 곧이어 같은 곡의 뮤직비디오를 배치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 방송을 ‘좋은 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크릿 빅뱅’으로 긴장이 풀어진 시청자들에게 두 번이나 반복되는 노래는 분명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이 방송은 적어도 좋은 프로모션이다. 상업적으로 영리하되 결국 기억되는 것은 음악이니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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