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토-일 SBS 오후 9시 50분
20회를 마무리 한 은 결국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였다. 현실의 법칙을 탈피할 듯 아찔한 사건을 겪었지만 두 남녀는 결국 다시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왔다. 몸이 바뀌거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시련이 없어도 많은 드라마에서 사랑은 가족을 등지고, 성공을 포기하고,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의 소동이 오로지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거듭 사랑의 맹세를 확인하며 입을 맞추는 남자와 여자는 사실 사랑에 빠진 자신을 인정하는 것 외에 특별히 세상을 바꾸어 놓지도 못했다. 계급의 수혜로 획득한 사회 지도층의 자리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남자와 집단의 홍일점으로 유표화 될 뿐 자신만의 여성성으로 ‘그 바닥’을 재정비 할 수 없는 여자의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심지어 이들 사랑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주원 엄마와의 기묘한 타협은 관계는 무시당하되 가계는 인정받는, 지극히 혈연 중심적인 방식이다. 아버지의 새로운 사랑을 언제나 외면하면서도 그로인해 파생된 가족을 받아들이던 그녀의 방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여준 판타지가 무의미한 것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롤러코스터가 끝난 후 발이 땅을 딛을 때, 우리는 그 당연한 안정감에 감사하게 된다. ‘아이들을 낳고 잘 살았다’는 후일담에서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이어지더라도 이들의 사랑이 지속된다는 순진한 믿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코스터를 질주하던 열차는 결국 이들을 미지의 나라로 데려가지 못했지만, 두 발은 그 못난 현실에 단단히 닿아 있다. 진실은 소박하지만, 그것은 판타지에 비하지 못할 강력함을 가졌다. 그래서 이들은 찬 바닥에 누워 울며 잠들었던 죽음의 밤을 이제는 웃으며 떠올릴 수 있다. 웨딩드레스의 환상으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에 상처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삶이다. 너무나 정직한 그 대답을 들으려고 한 겨울 긴 꿈을 꾸었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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