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 KBS1 오후 9시 40분
믿기 어렵겠지만 이 시대에 납자답지 못함에 눈물을 흘리는 마초 드라마가 있다. 은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SBS 과 대비되는 시대극이란 장르적 차이에다 감수성과 정서, 취향의 차이를 더해 전혀 다른 시청자를 노린다. 그렇다고 정통 역사드라마는 아니다. 고증을 눈에 띄게 등한시했는데, 근초고왕의 일대기를 그린 이문열의 을 각색하면서 김용의 에 버금갈만한 무협 영웅기를 만들어서다. MBC , 처럼 선악의 확연한 구분 속에 웅립하는 영웅기는 우리네 사극의 한 장르이긴 하다. 그러나 은 앞서 언급한 두 드라마와 달리 곳곳에 키치적 유희를 품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 화룡정점은 방영 이래로 가장 처절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 위비랑(정웅인)의 단명회와 여구왕자(훗날 근초고왕, 감우성)의 청하원 식구들이 손을 잡고 동명단사라는 이름으로 조나라 정규군과 벌인 전투였다. 기세등등한 고국원왕(이종원)의 고구려 군대가 출정조차 어느 양반집처럼 보이는 궁궐 앞마당의 반도 못 채웠고, ‘동명단사’라는 무협지스러운 이름의 게릴라들의 처절한 전투는 마치 증강현실처럼 제작비라는 비정한 현실을 화면 위로 투영시킨 듯했다. 그 와중에 짐짓 비장한 태도로 무수히 쏟아내는 대사들은 모두 강한 수컷을 향한 울부짖음이다. 그사이 대업을 이루기 위한 사나이의 맹렬한 다짐과 주군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여자를 돌같이 다루는 태도들이 각자의 자리에 잡초처럼 살아나 독특한 매력을 형성했다. 21세기 잊혀져버린 남자에 대한 강의가 여기 있기 때문일까. 은 허술하고도 자기 복제에 가까운 사극이지만, 분명 남자들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글. 김교석(TV평론가)
믿기 어렵겠지만 이 시대에 납자답지 못함에 눈물을 흘리는 마초 드라마가 있다. 은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SBS 과 대비되는 시대극이란 장르적 차이에다 감수성과 정서, 취향의 차이를 더해 전혀 다른 시청자를 노린다. 그렇다고 정통 역사드라마는 아니다. 고증을 눈에 띄게 등한시했는데, 근초고왕의 일대기를 그린 이문열의 을 각색하면서 김용의 에 버금갈만한 무협 영웅기를 만들어서다. MBC , 처럼 선악의 확연한 구분 속에 웅립하는 영웅기는 우리네 사극의 한 장르이긴 하다. 그러나 은 앞서 언급한 두 드라마와 달리 곳곳에 키치적 유희를 품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 화룡정점은 방영 이래로 가장 처절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 위비랑(정웅인)의 단명회와 여구왕자(훗날 근초고왕, 감우성)의 청하원 식구들이 손을 잡고 동명단사라는 이름으로 조나라 정규군과 벌인 전투였다. 기세등등한 고국원왕(이종원)의 고구려 군대가 출정조차 어느 양반집처럼 보이는 궁궐 앞마당의 반도 못 채웠고, ‘동명단사’라는 무협지스러운 이름의 게릴라들의 처절한 전투는 마치 증강현실처럼 제작비라는 비정한 현실을 화면 위로 투영시킨 듯했다. 그 와중에 짐짓 비장한 태도로 무수히 쏟아내는 대사들은 모두 강한 수컷을 향한 울부짖음이다. 그사이 대업을 이루기 위한 사나이의 맹렬한 다짐과 주군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여자를 돌같이 다루는 태도들이 각자의 자리에 잡초처럼 살아나 독특한 매력을 형성했다. 21세기 잊혀져버린 남자에 대한 강의가 여기 있기 때문일까. 은 허술하고도 자기 복제에 가까운 사극이지만, 분명 남자들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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