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여의도 MBC 사옥에서 열린 MBC 박시후 기자간담회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20부작의 끄트머리 즈음해서 급하게 연장이 논의되는 통에 배우들도 덩달아 바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어제는 영하의 날씨 속에 한강에 빠지는 장면을 찍고, 오늘도 아침까지 촬영하고” 왔다는 박시후는 나긋나긋한 말투로 기자들을 달랬다. “천천히 질문하세요. 제가 오늘은 스케줄도 없어요.” 얼굴에 피로 한 점 찾아 볼 수 없는 여유로움에는 아마 급등한 시청률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유로움은 동시에 박시후가 지닌 고유의 매력이기도 하다. SBS 에서 ‘서변’이 되어 여주인공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이 듬직한 키다리 아저씨는 이제 한 번쯤 “꼬시고 싶은 남자” ‘구본’이 되어 뭇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설레게 만들고 있다. 다음은 박시후와 나눈 대화다.

요즘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관심의 대상이다. 과거 속옷 모델 사진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박시후: 한 10년 전 사진인데, 처음 기사가 났을 땐 민망하더라. 그 시절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라 생각하고 나니 위로가 됐다.“가끔은 내가 진짜 ‘꼬픈남’이 된 것 같다”

을 촬영하면서 팬 연령대가 올라갔을 거 같다.
박시후: 올라갔다기 보단 다양해진 거 같다. 촬영장을 찾아주신 팬들을 보면 중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계시니까. 연령층은 원래 올라가 있었다. 내 팬층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웃음) 을 찍을 때는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를 하면서는 중, 고등학생 팬들이 많이 사랑해 주셨다.

여성 팬들의 마음은 확실히 사로 잡은 거 같은데, 남성팬은 어떤가?
박시후: 왜, 나 남성팬도 많다. (웃음) 촬영장에 매일 찾아오는 남성팬이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안 보이더라. 왜 안 왔나 보니까 군대 갔다더라. (웃음) 악수할 때 보니까 파들파들 손을 떨더라니깐.

‘꼬시고 싶은 남자’라는 뜻의 ‘꼬픈남’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박시후: 아, 그 애칭 정말 좋다. 발음도 재미있고. 많은 분이 ‘꼬픈남’이라고 불러 주셔서 가끔은 내가 정말 ‘꼬픈남’이 된 거 같은 왕자병 증상이 나온다. ‘꼬픈남’은 내가 아니라 용식인데. (웃음) 주변 스태프들도 용식이 같다고 놀리고. 용식이에게 너무 푹 빠져 있다. 작품이 끝나면 어서 돌아와야 할 텐데. (웃음) 별명은 ‘꼬픈남’인데, 정작 용식은 연상의 유부녀인 태희(김남주)를 짝사랑한다. 연기하기는 좀 어떤가?
박시후: 처음엔 힘들었다. 유부녀로 시작했으니 선을 넘을 수도 없고. 지금은 오히려 태희가 이혼을 해서 마음이 편하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려고 틈만 나면 노력하고 있다. (웃음) (김)남주 누나하고도 “누나가 자고 있을 때 내가 몰래 뽀뽀하면 어떨까?”, “뽀뽀로 되겠어? 키스 정도는 되어야지.” 이런 농담도 주고받고. 작가님께도 로맨틱한 장면들을 좀 넣어달라고 부탁드리는데 글쎄, 아직까지는 그냥 할 듯 말 듯 한 수준이다.

정말 용식과 태희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극중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도?
박시후: 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태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지만, 지금의 용식이라면 어떻게든 이루려고 할 것 같다. 나도 마음에만 든다면 연상의 이혼녀라도 상관없을 거 같다. 연상의 유부녀라면 곤란하겠지만. (웃음)

김남주와의 연기호흡은 어떤가.
박시후: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분으로만 생각했는데, 남주 누나는 활달하고 털털하신 분이다. 내가 내성적인 편인데, 편하게 대해 주셔서 같이 장난도 치고 논다. 애교도 많고 귀여운 부분도 많고. 극중 캐릭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좀 자제하시는 거 같아서 굉장히 아쉽기도 한데, 남주 누나 같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용식은 낙하산으로 들어온 재벌 2세라고 하기엔 남다른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박시후: 용식은 어려서부터 명석한 친구인데, 가족들로부터 눈칫밥을 먹고 사느라 그런 면을 숨기고 있었다. 황태희와 팀원들을 만나면서 기회를 잡고 발톱을 펴게 되는 인물이다. 아마 퀸즈그룹 차기 사장이 되지 않을까? 목표 없이 살던 용식이 점점 성장해 나가는 것도 을 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용식이 스스로와 닮은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
박시후: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오래된 친구들 앞에선 굉장히 개구쟁이가 된다. 그런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는데 작가님이 잘 살려 주셨다. 강우(임지규)랑 장난치며 나누는 대사나 태희에게 대하는 모습은 실제의 나와 많이 닮았다.

“코믹연기도 되는 배우라는 얘기를 들은 게 가장 큰 수확”
한편으론 계속 비슷한 이미지의 백마 탄 왕자님 캐릭터로 나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거 같기도 하다.
박시후: 기존 배역들이 다 멋있는 역할들이었으니까, 이번엔 많이 망가지면서 허술하고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강우랑 이야기할 때는 동네 이장처럼 보이게 하려고 소리도 치고, 오래된 친구 대하듯이 허허실실 농담도 한다. 강우를 연기하는 임지규와 함께 나오는 장면들은 정말 인상적이다.
박시후: 호흡이 참 잘 맞는다. (웃음) 임지규와 평소에도 대화를 많이 나눈다. 설정도 하고, 애드리브도 상의하고. 용식과 강우가 TV 채널을 놓고 리모컨 싸움을 하는 장면도 대본에는 없던 장면이다. 임지규가 나한테 많이 맞춰 줘서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오는 거 같다. 남주 누나는 “넌 나랑 베스트 커플이 되어야 하는데, 왜 강우랑 베스트 커플이 된 거냐”고 놀린다. (웃음) 이러다 정말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 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16회 회식 장면에 나온 섹시댄스 솜씨는 범상치 않더라. 따로 연습한 건가?
박시후: 따로 준비할 시간은 없었다. 대본 받고 바로 다음 날 촬영이었으니까. 몇 개월 전 팬 미팅 때문에 배운 춤이 있는데, 많이 잊어버렸더라도 차라리 배웠던 춤을 보여 드리는 게 더 나을 거 같더라. 팬 미팅 때는 보여 드릴 만한 다른 게 없어서. (웃음) 처음 일본 팬 미팅에 갈 때 정말 뭐 보여 드릴 게 없더라. 그런데 일본 아주머니 팬들이 스포츠 댄스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기에 한 달 정도 연습해서 보여 드렸더니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 다른 기존의 한류스타들은 춤은 안 췄다고 하더라고. 춤은 한 달 정도 열심히 연습하면 어느 정도 자세가 나오니까.

댄스 장면 외에도 회자되는 명장면들이 많다. 본인은 어떤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가나?
박시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태희가 면접시험을 포기하고 가려고 할 때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끌어당기는 장면이다. 얼마 전에 찍었던 눈길에서 함께 넘어지는 장면도 화면과 OST가 예쁘게 어우러져서 만족스러웠고. 물론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은 아마 오늘 방송될 한강에 빠지는 장면이겠지만. (웃음) 드라마가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을 촬영하며 얻은 게 있다면 뭘까?
박시후: 남주 누나나 (정)준호 형 같은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박시후가 이제 코믹연기도 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연장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시후: 나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시청률 역전하는 그 날까지 연장했으면 좋겠다. (웃음) 제목도 이니까, 기어코 역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연장이 되면 남주 누나와의 로맨틱한 장면들도 더 들어갈 여지가 있을 거 같고.

결국 용식과 태희는 어떻게 될까? 당신이 바라는 로맨틱한 결말이 날까?
박시후: 태희가 이혼을 했으니까, 나랑 합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웃음)

사진제공. MBC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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